“춘제 선물에 묻힌 베이징”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관리에 선물” 지방서 車 몰려와… 물건-현금 중개상 성업

‘(명절 때) 선물을 보낸다고 꼭 일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 보내는 것은 분명히 일을 망치는 거다(送禮不一定辦事, 不送禮肯定壞事).’

중국인들이 속담처럼 자주 하는 말이다. 명절 때 관리들에게 선물 주는 걸 빠뜨리지 말라는 얘기다.

중국 최대의 명절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이 지방에서 올라온 선물 차량으로 포위됐다고 홍콩의 다궁(大公)보가 21일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최근 베이징 시내 거리의 차량 7, 8대 중 1대는 지방 차량일 만큼 중앙의 관리에게 보내는 선물을 실은 지방 차량이 몰리면서 시내 정체가 크게 심해졌다는 것.

특히 중앙부처가 몰려 있는 시청(西城) 구의 싼리허(三里河) 부근 도로는 선물 차량으로 꽉 막혀 택시운전사들이 꺼리는 지역이 됐다.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춘제 때 가장 많이 돌리는 선물은 술과 담배. 모두 고급으로 술은 병당 1000위안(약 20만 원), 담배 역시 보루당 1500위안 안팎을 호가한다.

하지만 중국 관리들이 좋아하는 것은 역시 현금이다. 관가가 몰려 있는 싼리허 거리엔 관리들에게서 술과 담배를 사서 되파는 중개상이 즐비하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선물로 들어온 술과 담배는 대개 중개상들에게 원가의 85%에 팔린다.

올해 가장 유행하는 것은 선물카드다. 카드엔 선물 금액과 전화번호만 적혀 있다. 이 번호로 전화를 걸면 쌀부터 과일, 채소 등 자신이 필요한 것을 배달받을 수 있다. 최근 선물카드가 유행하면서 서둘러 전화하지 않으면 선물을 배달받기 힘들 정도다.

중국 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와 국무원 감찰부는 지난해 말 당원과 관리들에게 “원단(元旦·양력 1월 1일)과 춘제에 절대 선물을 요구하지 말라”고 강력 지시했다.

루하오(陸昊) 중국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장관급)는 최근 지방관리의 선물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춘제 직전엔 보고 명목으로 베이징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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