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정신으로 돌아가 현장 지킬 것”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도요타 사장 맡은 창업자가문의 아키오 씨

“도요타 70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모든 답은 현장에 있었다. 현장과 더불어 고민하면서 21세기에 맞는 자동차 제조를 모색해 나가겠다.”

20일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차기 사장으로 공식 발표된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52·사진) 부사장은 32만 종업원을 거느린 도요타의 조타수가 된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도요다 부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창업자 가문에서 14년 만에 최고경영자를 맡은 소감을 묻자 “내가 원해서 도요다 집안에서 태어난 건 아니다”라면서도 “고객제일, 현지현물(現地現物)이라는 창업 정신으로 돌아가 현장에 가장 가까운 사장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현지현물’이란 반드시 현장에 가서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 뒤 문제 해결에 임한다는 창업 이래의 전통을 가리킨다. 그는 “20세기 자동차산업의 번영을 가져왔던 모든 여건이 무너지고 있다”며 위기의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도요다 부사장은 6대 사장을 지낸 도요다 쇼이치로(豊田章一郞·83)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도요타그룹의 시조인 도요다 사키치(豊田佐吉) 씨의 4대손.

기술계통 전공자가 많았던 도요다 집안에서는 특이하게 게이오(慶應)대 법학부를 거쳐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뱁슨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시절에는 하키에 푹 빠져 일본대표로 뽑히기도 했다.

유학을 마치고 미국에서 현지 투자은행에 취직했으나 “택시 운전사가 되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로 운전을 좋아했다.

27세인 1984년 입사시험을 거쳐 도요타에 입사했다. 당시 사장이던 부친 도요다 쇼이치로 명예회장이 “사내에 창업자 집안 사람인 네 상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며 입사를 반대했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도요타에서 영업 정보통신 조달 부문에서 일했고, 2000년 이사로 승진한 뒤 2005년 부사장직에 올랐다. 부사장으로서는 국내외의 영업과 상품기획을 담당하며 사장수업을 거듭했다. 그 사이 도요타가 생산하는 렉서스 개조차로 국제자동차 경주대회에 참가해 직접 핸들을 잡기도 했다.

도요타자동차는 도요다 부사장의 숙부인 도요다 다쓰로(豊田達郞·79) 전 사장이 퇴임한 1995년 이후 오쿠다 히로시(奧田碩·76), 조 후지오(張富士夫·71),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66) 사장 등 전문경영인들이 3대에 걸쳐 사장을 맡아왔다.

6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정식 취임할 예정인 그는 평소 “도요타 70년 역사 중 60년은 괴로운 일뿐이었다”고 말해왔다. 그가 난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車판매량 GM 제치고 1위로

한편 도요타는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에서 GM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고 AF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GM의 판매량은 835만 대에 그치며 77년 동안 이어온 세계 1위 자리를 897만 대를 판매한 도요타에 내줬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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