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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월 20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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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후 100일이 글로벌 경제 향방 가를것”
“취임 후 첫 100일이 향후 글로벌 경제의 향방을 가를 것이다.”
2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이런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첫 번째 과제는 지난주 의회가 승인한 2차 구제금융 자금 3500억 달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CNN머니는 18일 “구제금융 정책에 큰 변화가 몰려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술대 오른 구제금융안=오바마 당선인은 20일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첫 번째 업무로 경제팀과 회의를 할 예정이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여기에서는 2차 구제금융안 및 최대 9000억 달러에 이르는 경기부양 예산의 구체적인 분배 및 집행 방안이 논의된다.
오바마 당선인은 특히 은행대출을 촉진해 시중에 자금이 원활히 돌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2차 구제금융 자금은 1차 때와 다른 방법으로 집행할 계획이다.
로런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내정자는 18일 CBS방송에 출연해 “1차 구제금융 자금이 기대했던 것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과가 실망스러운 만큼 근본 문제인 대출 경색 문제를 풀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 내정자도 최근 ABC방송에서 “우리는 은행들이 납세자들의 돈을 깔고 앉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거론되는 ‘배드뱅크’(bad bank·은행의 부실자산을 사들여 관리해 주는 기관)의 설립은 이를 위한 대표적 방안이다. 부실자산을 정부가 대신 떠안아 주면 자산건전성을 확보한 은행들이 대출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논리다.
▽구제금융안은 오바마에겐 ‘편투통’=배드뱅크 설립 방안은 지난해 9월에도 검토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실제 효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 그 대신 정부는 휘청거리는 은행의 지분을 매입해 주는 방법으로 은행에 자금을 수혈했다.
하지만 지난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이 2008년 4분기(10∼12월) 대규모 적자를 발표하는 등 시장의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미 정부는 최근 BoA에 추가로 200억 달러를 지원해야 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연거푸 정부에 손을 벌리면서 1차 구제금융안이 월가(街)의 금융 시스템을 ‘혈세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높아졌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 인터넷판은 19일 “구제금융안은 오바마 당선인의 편두통을 유발할 첫 번째 과제”라며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통스러운 결정들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물경제 침체의 여파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문제다. 지난 한 해에만 280만 명의 실직자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 실업률이 최대 10%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상황은 악화일로다.
오바마 당선인은 기업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감세안(2750억 달러)과 함께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개발, 인프라 투자, 의료보험 개혁 등 재정지출(5500억 달러) 집행안도 확정해야 한다. 감세안의 경우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난항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잇따르는 파산 기업 가운데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할 대상을 선별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