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상왕’ 푸틴 견제 초강수

  • 입력 2009년 1월 13일 02시 55분


“경제대책 실행 미진” 행정부 질타… 이상기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정계에서 상왕(上王) 역할을 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견제하는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11일 모스크바 근교 제트엔진 제작소에서 긴급 각료 회의를 열고 “지난해 10월 지시한 경제위기 대응 방안 가운데 30%만이 실행에 옮겨졌다”며 행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현재 러시아 행정부는 지난해 3월 대선 당시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후계자로 낙점한 푸틴 총리가 이끌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회의에서 “위기 대응 조치들이 합의를 거친다면서 예상보다 늦게 진행되고 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수단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지시는 비상 상황에서도 대통령에 버금가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푸틴 총리를 겨냥한 것이라고 모스크바 정치평론가들은 분석했다.

푸틴 총리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외환보유액 중 1500억 달러를 쏟아 붓고도 루블화 하락을 막아내지 못하자 국영 TV들이 그의 등장 횟수를 잠시 줄일 정도였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중요 정책결정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은 내가 지고 있으며 누구와도 책임을 분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하지만 푸틴 총리는 올해 1월 1일부터 우크라이나와의 가스 분쟁에서 러시아 정부 대표로서 전면에 재등장해 정국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 사이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독자 노선을 추진하려다 번번이 좌절됐으나 최근에 독자 노선의 강도를 높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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