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갑지 않은 ‘기나긴 성탄 휴가’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美 차 ‘빅3’-IT기업 등 경영난에 연말휴가 연장

길고 긴 크리스마스 휴가.

보통 때 같으면 모두가 환호했을 소식이지만 올해는 긴 연말 휴가에 되레 한숨을 쉬는 사람이 늘었다. 경영 악화로 고전하는 기업들이 공장 가동이나 사무실 운영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생긴 휴가이기 때문.

파산 위기에 직면한 자동차 ‘빅3’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높은 성장세를 자랑해 온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지루한 동면(冬眠)에 들어가고 있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HP와 시스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델, 어도비가 모두 연말 휴가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HP는 일주일이던 휴가를 2주로 늘렸고, 시스코는 1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10년 만에 연말 공장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미국 컨설팅회사 CDG의 프랭크 글래스너 대표는 “할 일 없는 공장 라인에 마냥 서 있는 것보다 강제적으로라도 휴가를 쓰는 게 훨씬 잘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앞서 크라이슬러는 한 달간 미국 전역의 공장 30곳을 모두 닫기로 했고, GM도 1월 내내 공장 20곳의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포드 역시 10개 공장의 휴가를 1주일 연장한다.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SHRM)가 최근 기업 인사담당자 6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7%는 이번 경기침체로 공장이나 사무실 운영을 중단한 적이 있고, 18%는 직원들에게 휴가를 권유했다.

보스턴에서 PR회사를 운영하는 모라 피츠제럴드 씨는 보스턴글로브에 “기술 발달 덕분에 휴가 연장 결정이 쉬워진 측면이 있다”며 “휴가 기간에도 직원들에게 e메일과 음성메일을 점검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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