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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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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파나소닉 창업주가 오래전 남긴 말을 최근 ‘몸’으로 입증해 보이는 기업이 적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의류회사인 유니클로의 11월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2.2% 늘었다. 월별 매출액 신장률 기준으로 7년 만의 최고치.
일본의 백화점과 종합슈퍼, 전문점 등을 가리지 않고 의류 매출이 ‘죽을 쑤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놀라운 실적이다.
유니클로는 2008회계연도(2007년 9월∼2008년 8월) 매출액(5876억 엔)과 영업이익(874억 엔)이 모두 두 자릿수로 늘었다고 10월 발표했다.
유니클로가 불황을 타지 않는 비결은 일본 의류유통업계에서 ‘제조소매업’이라는 분야를 선구적으로 개척해 왔기 때문이다.
흔히 의류유통업체들은 제조업체나 도매상으로부터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하지만 유니클로는 제조단계에도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발 빠르게 히트상품을 내놓을 수 있고 제조원가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최대의 제빵업체인 야마자키제빵은 독특한 신상품 및 가격 전략으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사례다. 일본의 식품업체들은 지난해 중반부터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자 제품가격을 줄줄이 인상하지 않을 수 없었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하지만 야마자키제빵은 150엔짜리 빵을 170엔으로 올릴 때 150엔짜리 신제품을 동시에 내놓음으로써 ‘고객 이탈’을 막았다. 야마자키제빵의 올 회계연도(2008년 1∼12월)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1% 증가한 23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음료 및 주류종합메이커인 산토리는 맥주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는 가운데 막바지 성수기인 9월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팀으로써 ‘4위 탈출과 흑자전환’이라는 숙원을 46년 만에 풀었다.
세계 하드디스크(HDD) 구동장치용 모터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니혼전산은 “바람이 없어도 연을 날릴 수 있어야 한다”는 자세로 극심한 불황에 미리 대비해 온 경우다.
이 회사는 연초 경영전략을 세울 때부터 올해는 매출을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철저한 원가 절감으로 방향을 잡았다.
니혼전산은 4월부터 특별프로젝트팀을 발족시켜 원재료비를 삭감하고 납기를 줄인 결과 올해 4∼9월 HDD 구동장치용 모터의 가격이 하향곡선을 그리는 가운데서도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의 올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영업이익은 창업 이래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