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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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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정부 - 反탁신계 손들어줘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헌법에 근거한 것이므로 모든 정당이 따라주기 바란다. 기준과 선례를 세우기 위해 집권여당의 해산을 결정한다.”
2일 태국의 찻찰라원 헌법재판소장이 결정문을 읽어 내려갔다. 태국 공항 폐쇄 사태까지 빚은 정국 갈등의 돌파구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헌재는 이번 태국의 정치적 충돌을 일단락 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앞서 지난해 여당인 타이락타이(TRT)의 해산을 명령하고, 올해 9월에는 사막 순다라벳 총리에게 사퇴 명령을 내리는 등 고비 때마다 정치적 상황을 정리해 왔다.
정국 불안이 고조되던 4월에는 찻찰라원 헌법재판소장이 대법원장, 최고행정법원장 등과 함께 정치위기 해소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국외국어대 변해철(법학) 교수는 “정치혼란이 계속돼 온 태국에서 사법부는 정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국가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태국 사법부의 지위가 안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헌법은 수많은 쿠데타와 정권교체로 1932년 이후 현재까지 19차례나 개정됐다. 1997년 민주주의적 요소와 인권 보호를 강화한 ‘국민의 헌법’이 제정되면서 틀을 갖춰 가는 듯했으나 이마저 2006년 군부 쿠데타로 폐지됐다.
지금의 헌법은 지난해 군부가 새로 제정한 것이다. 축출 이후에도 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의식한 듯 총리 임기를 8년으로 제한한 것이 주요 특징 중 하나다. 9인의 재판관으로 새로 구성된 헌재는 최근 잇단 결정에서 반(反)탁신계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다.
탁신 전 총리 계열인 집권여당의 해체를 가져온 이번 헌재 결정도 속전속결로 내려졌다. 이 때문에 집권당 인사들은 이번 결정을 “사법적 정의를 가장한 정치 쿠데타”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