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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2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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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여명 “정권 퇴진”… 軍 양측 중재 나서
솜차이 총리 “조기총선 없다” 사태 장기화
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26일 수완나품 국제공항 관제탑을 장악함에 따라 공항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 8월 정부청사를 시작으로 국회의사당, 방송국 등을 차례로 점거해온 반정부 시위대의 공항 점거로 국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고 있다.
승객들로 북적대던 대합실과 공항 건물로 진입하는 고가도로는 반정부 단체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가 이끄는 8000여 명의 시위대가 점거했다. 공항에는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굉음 대신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지는 시위대의 구호 소리로 가득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시위대를 노린 것으로 보이는 복면괴한의 4차례에 걸친 폭탄 투척에도 현 정권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시위대의 공항 점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외국인 관광객 4000여 명은 항공사가 정해준 시내 숙소로 이동했다. 관광객이 떠난 자리는 태국 왕정을 상징하는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시위대로 가득 찼다. 시위대는 승객들의 짐을 운반하는 트레일러로 물과 식량을 나눠주며 서로 독려하고 있다.
16시간째 공항에서 대기 중이라는 한 영국인 관광객은 “공항도 그렇고 항공사도 아무런 방송조차 해주지 않았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시위대의 기승으로 국가 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지자 군(軍)이 나섰다.
아누뽕 빠오친다 육군 참모총장은 26일 정부 관료 및 재계 인사들을 만난 뒤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빠오친다 총장은 시위대에는 즉각 철수를, 정권에는 조기 총선 실시를 촉구하며 양측을 중재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PAD로부터 암묵적인 쿠데타 요구를 받았지만 어느 편도 들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 방문을 마친 뒤 북부 치앙마이 공항을 통해 귀국한 솜차이 웡사왓 총리는 군부의 조기 총선 요구를 거부했다.
총리 퇴진과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송환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조기 총선에 부정적인 정부 측의 상당한 견해차로 태국의 혼란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