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도 신흥국도 ‘보호주의 물결’

  • 입력 2008년 11월 18일 02시 59분


美-中-러 등 자유무역 합의해놓고 행동은 따로

세계銀“내년 세계무역 27년만에 감소 우려”

‘말은 자유무역주의, 그러나 행동은 보호무역주의?’

15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자유무역원칙에 합의했지만 선진국과 신흥시장국의 실제 행보를 보면 올해 7월 도하라운드 중단 이후 보호주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국 자동차업계에 대해 “미국 경제의 근간”이라며 지원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가 미시간 주와 오하이오 주에서 승리하는 데 자동차노조에 큰 신세를 진 만큼 자동차업계에 ‘큰 선물’을 안겨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이 ‘자동차업계 살리기’에 본격 나서면서 유럽연합(EU)도 역내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500억 달러에 이르는 금융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불황 여파로 선진국에서 반덤핑 제소 건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EU는 15일 향후 6개월 이내에 중국산 양초와 비금속 제품 등 3억8000만 달러에 이르는 물량에 대해 최고 60%에 이르는 반덤핑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G20 회의가 열리기 전인 지난달 22일 수출이 급감한 섬유, 가구, 장난감 수출업자에 대해 세금 환급금을 늘려주기로 했다. 수출업자에 대한 세금 혜택은 보조금 지급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오는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행위로 꼽힌다.

러시아 정부도 최근 중고 자동차 수입관세를 2배 올린 데 이어 내년부터 외국으로 수출하는 원목에 대해 수출세를 3배 인상하기로 했다.

1930년 미국이 수입 공산품에 대해 59%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로 전 세계 무역 규모가 3년 사이에 반 토막 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그런 일이 다시 빚어지지는 않겠지만 경기침체로 각국의 보호주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내년엔 전 세계 무역거래 규모가 27년 만에 감소할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전망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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