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출공장 광둥성 해외주문 ‘뚝’

  • 입력 2008년 11월 14일 03시 00분


일자리를 찾아 중국 광둥 성으로 이주해 살다가 최근 해고된 근로자들이 7일 고향인 안후이 성 허페이 시로 대거 돌아오고 있다.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중국 실물경제가 악화되면서 문을 닫는 공장이 속속 늘고 있다. 허페이=AFP 연합뉴스
일자리를 찾아 중국 광둥 성으로 이주해 살다가 최근 해고된 근로자들이 7일 고향인 안후이 성 허페이 시로 대거 돌아오고 있다.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중국 실물경제가 악화되면서 문을 닫는 공장이 속속 늘고 있다. 허페이=AFP 연합뉴스
#장면1

8일 오전 7시 중국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의 기차역 앞 광장. 이른 아침부터 2000여 명이 이날 9시부터 시작되는 취업박람회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대부분은 최근 일자리를 잃은 완구업체 직원이었다. 전체 시민 1300만여 명 중 1000만여 명이 외지인일 만큼 일자리가 넘쳐났던 선전이 실업자로 넘쳐나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장면 2

서양에 유대 상인이 있다면 중국에는 원저우(溫州) 상인이 있다고 할 만큼 현실변화에 빠른 저장(浙江) 성 원저우. 의류와 생활필수품 등 경공업 제품을 많이 생산하는 이곳도 금융위기 파고를 피해가지 못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만도 양복 한 벌에 105위안(약 2만 1000원)은 받았는데 지금은 5위안도 받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올해 들어 원저우에서 250개 업체가 도산하고 1009개 업체가 생산을 중단했다. 최근 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하는 ‘세계의 공장’ 중국의 ‘낯선 장면’들이다.

성탄절 물량 작년 절반… 4820개 기업 수출 전무

업체 도산 줄이어… “中경제 내년 상반기가 고비”

○ 금융위기 영향으로 중국 실물경제 주름살 깊어져

중국 관세당국인 해관에 따르면 전 세계 완구 생산액의 70%를 차지하는 광둥 성에서 올해 9월까지 수출 실적이 있는 기업이 1554개 업체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820개가 줄었다. 성탄절 주문 물량도 최대 50%까지 줄었다.

중국의 1∼9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했다. 언뜻 보면 괜찮은 실적 같지만 수출 증가율은 2004년 35.4% 이후 줄곧 내림세다. 특히 중국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광둥 성의 경우 미국에 대한 10대 수출품 중 의류(―20.8%), 완구(―2.4%), 플라스틱(―10.0%) 등은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다.

광둥 성 둥관(東莞) 시는 공장 공실률이 28%에 이른다. 산업활동 위축으로 전기공급 증가율이 8월 5.1%에서 9월 3.6%로 줄어들었다.

다른 산업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철강 생산도 크게 줄었다. 중국 최대 철강회사인 바오그룹은 12월부터 상하이(上海) 인근 바오산공장의 철강 생산량을 20% 줄이기로 했다. 서우강(首鋼) 등 하위권 철강업체도 수요 감소 등으로 일부 공장을 잠정폐쇄하기로 했다. 현재 중소 철강생산 업체의 30%가 생산을 중단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 “내년 상반기가 최악의 시기”

둥관 시 해외투자기업협회는 광저우(廣州), 선전, 둥관 등 주장(珠江) 강 삼각주 3개 도시의 4만5000개 공장 가운데 9000개 정도가 내년 1월 말까지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끝난 중국 최대 무역전시회인 ‘중국 수출입상품교역전’의 거래 규모 감소는 내년 불황을 예고한다. 10월 15일부터 11월 6일까지 열린 전시회에서 거래 규모는 봄 전시회에 비해 17.5% 줄었다. 대회 기간을 사흘 늘리고 전시공간도 31% 늘린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감소 폭은 더 크다고 봐야 한다.

홍콩의 광둥경제무역담당 량바이런(梁百忍) 주임은 “내년 1, 2분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며 이 시기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4조 위안을 쏟아 부어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 내수 확대에 나서고 있으나 미국 유럽 등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수출업체가 추운겨울을 이겨내고 연쇄 도산을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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