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지나치게 부정적 평가에 시달려”

  • 입력 2008년 10월 28일 03시 00분


월街 칼럼니스트 블룸버그뉴스에 기고

“한국이 ‘베어스턴스 경제’로 가고 있다.”

미국의 한 경제 칼럼니스트가 3월 파산한 미국 투자은행(IB) 베어스턴스와 마찬가지로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부풀리는 부정적인 견해가 실제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뉴욕 월가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사진)은 최근 블룸버그뉴스에 기고한 ‘한국 경제에 베어스턴스 유령 출몰’이란 칼럼을 통해 한국 경제가 베어스턴스가 파산하는 과정에서처럼 지나치게 부정적인 비판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어스턴스는 회사를 파산까지 몰고 갈 위험한 거래에 매달렸을 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나돌면서 결국 몰락했다. 한국 경제도 베어스턴스처럼 자체의 취약성과 과도한 부정적인 평판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일부 분석가들 사이에서 과도하게 부정적인 분위기가 퍼지면서 85년 된 IB 베어스턴스의 몰락이 재촉됐듯 한국에서도 나쁜 점을 부풀리는 거품(a bubble in negativity)이 외국인 투자가의 이탈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섹은 한국이 당장 베어스턴스와 같은 상황이 아니고, 그런 운명을 피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상당한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관료들이 자국 경제의 건전성을 입증하는 타당한 사례를 내놔도 시장은 여전히 확신을 하지 못해 한국이 공격을 받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실시간’으로 서로 연결된 세상에서 투자자들이 한국의 외환위기에 대해 떠들면 떠들수록 위기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한국의 은행들이 외환위기 직전처럼 단기로 외화를 차입하는 실수를 다시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 점이 시장에 퍼지면서 한국이 대규모 자본 이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상황이 나빠지면 자본은 안전한 곳을 찾아 신흥 시장에서 더욱 이탈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가지는 취약성도 문제로 지목됐다. 그는 ‘베어스턴스식 역학구도’ 속에서 헤지펀드와 투기세력이 한국을 노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헤지펀드와 투기세력들이 월가의 대형 회사를 쫓아다녔는데 지금은 국가 전체에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슬란드를 먼저 손에 넣었고 다음 목표물로 한국이 1순위에 올라와 있다는 것.

그는 언론 탓만 하는 한국 정부 당국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많은 사람이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이유로 한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 곰곰이 따져보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한국의 한 투자자의 입을 빌려 “정부가 시장의 요구에 늦게 대처하고 있다. 정부가 대책을 밝혔을 때 시장이 이미 예상했던 것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공박했다. 이어 그는 “현대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이 대통령은 대담하게 행동하고 투자자들에게 위기가 닥치지 않고 있다고 확신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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