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 매케인 누가 돼도 한반도 정책 ‘ABB’ 없을것”

  • 입력 2008년 10월 25일 03시 01분


한반도 전문가 8人의 조언

《열흘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는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특히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모두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정책적 단절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리 세이모어 외교협회(CFR) 부회장, 루이스 굿맨 아메리칸대 국제대학원장,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 존 울프스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등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8인에게 미국 대선 이후 한미관계와 대북정책 등에 대해 들어봤다.》

○ “ABB(부시 정책의 절대 배제)는 없을 것”

전반적인 변화 속에서도 동북아와 한반도 정책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부시 행정부의 정책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특히 대북정책은 북핵의 검증 가능한 완전 폐기, 북한 상황의 안정적 관리 등 기본 정책목표가 달라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

세이모어 부회장은 “6자회담을 통해 현재의 위기관리체제가 적절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두 후보의 공통된 견해”라며 “2001년 부시 대통령 당선 직후의 대북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연구원도 “부시 행정부 출범 직후 등장했던 ABC(Anything But Clinton·클린턴 정책의 절대 배제)에 비견되는 ABB(Anything But Bush)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오핸런 선임연구원도 “한반도 정책의 현격한 변화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했다.

○ 한반도 정책 파워맨은 누구?

새 행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문제를 담당할 요직에는 어떤 인사가 포진될까.

굿맨 원장은 “같은 행정부 내에서도 철학을 달리하는 정책결정자는 상반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한반도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이해당사자인 한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중용되는 것이 한국으로서는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오바마 후보 측의 제프리 베이더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연구소장과 프랭크 자누지 상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 매케인 후보 측의 마이클 그린 전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의 역할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 문제에 정통한 조 바이든 부통령 후보에게 조언을 많이 구하겠지만 중요한 결정은 오바마 후보가 독자적으로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 정권인수팀과의 관계 정립

한국 정부에는 11월 4일 대선이 끝난 뒤 새 행정부 출범(내년 1월 20일)까지가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굿맨 원장은 “정권인수팀에 한국이 바라는 바람직한 한미관계와 대북정책 등에 대한 적극적인 ‘인풋’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로브 과장도 “새 행정부의 정책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솔직하게 의견을 개진해 오해를 조기에 해소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울프스탈 연구원은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국 내 지인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서둘러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경험 많은 오바마 캠프 내 외교안보 참모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한미관계의 미래는?

누가 당선되든 새 행정부 아래서의 한미관계에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두 후보 모두 동맹국과의 더욱 긴밀한 협조관계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 역시 한미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향후 한미관계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플레이크 사무총장은 오바마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한국의 보수는 미국의 보수에 비해 훨씬 진보적이고, 미국의 진보는 한국의 진보에 비해 훨씬 보수적”이라며 “그런 면에서 미국 민주당 정부와 한국 한나라당 정부는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나이더 연구원은 “한국이 국내적으로 한미관계의 발전과 관련해 국론을 통일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정치적 안정과 리더십 확보에 실패한다면 한미관계 발전에 좋은 기회를 또다시 놓쳐버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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