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달러 稅감면” 12표 설득 안간힘

  • 입력 2008년 10월 2일 03시 26분


촉각 곤두세운 월가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장 마감 뒤 한 트레이더가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미국 증시는 구제금융법안이 결국엔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전날의 폭락세를 딛고 반등했다. 뉴욕=EPA 연합뉴스
촉각 곤두세운 월가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장 마감 뒤 한 트레이더가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미국 증시는 구제금융법안이 결국엔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전날의 폭락세를 딛고 반등했다. 뉴욕=EPA 연합뉴스
■ 美 구제금융 수정안 어떤 내용 담길까

가계-중소기업 지원 등 반대의원 요구사항 포함될 듯

유동성 위기 부른 ‘채권손실 즉각 상각’ 유예도 검토

미국 상원이 1일 저녁(한국 시간 2일 오전) 구제금융법안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구제금융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달 29일 구제금융법안에 대거 반대표를 던졌던 하원의원들이 상원 지도부가 주도적으로 마련한 수정안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수정안의 핵심은 세금 감면과 예금보호한도 상향 조정

미국 의회가 유대교 신년 휴일로 휴회에 들어간 지난달 30일 상원 지도자들은 이번 주 안에 구제금융법안 수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긴밀한 협의를 벌여 수정안에 대한 합의를 이뤄 냈다.

상원이 마련한 수정안은 7000억 달러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회사들의 부실자산을 매입한다는 기존 법안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 주고 예금보호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수정안에서 세금감면 규모는 1000억 달러 이상”이라며 “개인과 중소기업에는 세금을 깎아 주는 한편 태양에너지, 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 및 사용에 대해선 세금을 감면해 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R&D)에 대한 세금감면과 부양가족에 대한 세금공제, 허리케인 등의 이재민에 대한 지원 확대 등도 검토된다.

예금보호한도 확대는 최근 은행들이 잇따라 파산하거나 다른 금융회사에 인수되면서 불안감이 커진 예금자들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의 예금보호한도 10만 달러는 1980년부터 유지돼 온 것이어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25만 달러 수준은 돼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회계방식 변경 문제가 수정안에 포함될지도 관심사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시장가격을 추산해 보유 중인 채권에 대한 손실을 즉각 상각하도록 하는 현행 회계방식(Mark-To-Market) 적용을 일시적으로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왔다.

금융회사들은 채권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모기지 관련 채권의 손실을 대규모 상각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려 왔다.

한편 일부 민주당 의원은 구제금융법안 수정안에 실업수당 혜택 기간을 연장하고 저가 주택 보유자에게 1000달러의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공화당 하원의원 지지가 관건

수정안에 포함될 세금감면 확대와 예금보호한도 상향 조정 등은 주로 공화당 의원들이 적극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찬성표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공화당은 국민의 세금으로 월가 금융회사들을 구제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요구해 왔다.

또 예금보호한도 상향 조정도 공화당 의원들이 지난주 말 구제금융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주장했지만 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반면 일부 민주당 의원은 세금을 감면해 주는 만큼 다른 세금을 인상하거나 정부 지출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의회 안팎에서는 재정문제에 보수적인 민주당 의원 47명의 모임인 ‘블루 도그’가 수정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원 금융위원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토퍼 도드 민주당 상원의원은 “상원이 마련한 수정안은 하원 표결에서 과반의 찬성표를 이끌어 낼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하원이 지난달 29일 표결에서 반대 228표, 찬성 205표로 구제금융법안을 부결시켰으므로 반대 12표만 찬성표로 바꾸면 구제금융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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