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발명품이 ‘중국 짝퉁’?

  • 입력 2008년 7월 31일 02시 55분


퇴역 英장교 “비행기 설계도 등 中서 유래” 주장

이탈리아 천재 수학자이자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비행기를 비롯한 발명품의 설계도가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로이터통신과 차이나데일리 등이 30일 보도했다.

퇴역한 영국 해군 잠수함부대 사령관인 개빈 멘지스 씨는 최근 발간한 ‘1434, 웅장한 중국 함대 이탈리아로 항해해 르네상스를 촉발하다’란 저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멘지스 씨는 2002년에도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란 책에서 “명나라 정화(鄭和) 제독이 이끄는 함대가 세계 최초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마젤란보다 100년 앞서 세계를 일주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지만 당시 역사학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멘지스 씨는 정화 함대가 1434년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방문해 세계지도와 천문도, 기계도면 등 중국인들이 알고 있던 기술을 모은 ‘기술의 백과사전’을 전파한 데 이어 교황 에우제니오 4세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1452년생인 다빈치가 이를 토대로 3차원으로 다시 그려냈다는 것.

멘지스 씨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1313년 원나라 왕정(王幀)이 쓴 ‘농서(農書)’와 1430년대 초기 중국 서적에 실린 공성병기(攻城兵器), 물레방아, 양수기 등의 도면을 함께 제시했다.

멘지스 씨는 “중국 함대의 방문과 중국 기술의 영향으로 르네상스가 촉발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유럽 중심의 역사관에 대한 고통스러운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빈치에 관한 책을 쓰기도 한 옥스퍼드대의 마틴 켐프(예술사) 교수는 “그의 주장이 흥미롭고 암시적이기도 하지만 서로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방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 있는 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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