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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3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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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요청에 군경 파견 5년새 안정 찾고 경제 호전
외국인력이 안보-행정 맡아 ‘지원 넘어 지배’ 시각도
《내전을 겪고 있던 인구 58만 명의 작은 섬 솔로몬제도에 호주를 비롯한 15개국이 솔로몬제도지역원조단(RAMSI)을 파견해 ‘국가 재건’에 나선 지 5년이 지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22차례에 걸쳐 전쟁이나 내전으로 위기를 맞은 국가의 재건에 참여했지만 RAMSI는 미국이나 유럽 강대국과 유엔이 참여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재건 사례다. 》
RAMSI는 치안과 경제 안정에서 합격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개입으로 현지 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강대국-유엔 참여않은 유일한 국가재건
솔로몬제도는 1998년부터 양대 부족인 과달카날계와 말라이타계 사이에 무력 충돌이 빚어졌다. 2000년 10월 평화협정으로 잠시 총성이 멎었지만 2002년 10월 협정시한이 끝나자 무력충돌이 재개됐다. 솔로몬제도 정부와 의회는 호주에 지원을 요청했다.
호주 정부는 태평양제도포럼(PIF) 소속 국가와 RAMSI를 구성하고 2003년 7월 2250명의 군경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솔로몬제도와 인적 물적 교류가 비교적 많았을 뿐만 아니라 강대국 중 관심을 가진 국가가 별로 없었던 것이 호주가 나서게 된 이유.
지금까지의 RAMSI 활동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랜드연구소는 최근 “RAMSI는 치안, 주둔의 정당성, 군경의 명령체계 확립 등 국가 재건에 필수적인 정책을 성공적으로 폈다”고 설명했다.
미국 메릴랜드대와 조지메이슨대 연구팀의 자료에도 솔로몬제도를 평화 유지에 성공한 국가로 분류했다.
경제 상황도 호전돼 2002년 대비 2006년 국가 세입은 2.6배 늘었고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5.4%로 좋아졌다.
○“근본적 개혁은 훨씬 어려운 과제”
랜드연구소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호주는 RAMSI와 관련한 부처 간 이견을 신속히 조정했을 뿐 아니라 솔로몬제도 파견 인력과의 소통도 원활히 이뤄졌다는 점을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또 랜드연구소는 RAMSI가 다른 국가재건 사례에서 볼 수 없는 전략을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먼저 재건에 필요한 기간을 10년으로 설정해 장기적 지원을 진행했고 솔로몬제도 정부의 요청에 의해 군경을 파견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것.
하지만 솔로몬제도 정부에 RAMSI 국가의 인력을 배치한 것은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랜드 연구소는 지적했다.
현재 RAMSI 인력 475명이 솔로몬제도의 안보, 행정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이쯤 되면 현지 주민들 사이에 ‘지원’을 넘어서 ‘지배’를 받는 게 아니냐는 인식이 있다는 얘기다.
2006년 4월 친(親)RAMSI 성향의 총리가 선출되자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켜 한 달 만에 반(反)RAMSI 성향의 총리로 교체된 것도 이런 불만이 쌓였기 때문.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 호주가 솔로몬제도 외에 파푸아뉴기니, 피지 등에 군경을 파견한 것에 대해 “호주의 태평양 지역 경찰 역할에 대해 지역 안정과 발전에 기여한 점도 있지만 신식민주의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꼬집었다.
랜드연구소도 “앞으로 솔로몬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며 “RAMSI 사례는 여건이 좋은 상황에서도 다른 나라의 국가 재건에 관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