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불경기일수록 웃는다

  • 입력 2008년 7월 25일 02시 59분


美 극장가-비디오게임기-TV 매출 ‘쑥쑥’

영화 ‘다크 나이트: 배트맨 비긴즈 2’가 18일 미국 전역에서 개봉한 지 5일 만에 극장 수입 2억 달러(약 2000억 원)를 넘어섰다. 영화사상 최고의 초반 흥행 성적이다.

‘역대 최고의 배트맨 영화’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영화 자체도 잘 만들어졌지만 이처럼 전례 없는 돌풍을 낳은 것은 최근의 미국 경기침체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경기가 나쁠 경우 극장 수입은 대체로 증가세를 나타내 왔다.

볼티모어선지(紙)는 최근 “1960년대 이후 발생한 7차례의 경기침체 중에서 극장수입이 전년도에 비해 증가했던 경우가 5차례”라며 “휘발유 가격이 오르고 경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단 10달러만 내면 볼 수 있는 영화가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디오게임업계도 경기침체 속에서 좋은 실적을 내는 업종으로 꼽힌다. AP통신은 닌텐도의 ‘위’가 6월 한 달 동안에만 모두 66만6000대 팔렸다고 전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도 40만5000대가 팔렸다.

이에 따라 6월 전체 비디오게임 콘솔 판매실적은 지난해 6월에 비해 54%나 증가했다. 경기침체와 고유가로 여가 시간에 밖에 나와 돈을 쓰기보다 집에 틀어박히는 미국인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미국에서 비디오게임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액정표시장치(LCD) TV 등 고급 TV 시장도 이 같은 추세의 수혜자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LCD TV 등의 가격이 전년도에 비해 평균 11%가량 하락했음에도 올해 전체 매출은 24%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베스트바이나 서킷시티 등 전자제품 전문매장이 경기침체로 매출 부진을 겪고 있지만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것도 TV 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북미총괄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TV시장이 다른 업종에 비해 호조를 보이는 것은 고유가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수천 달러씩 들어가는 장거리 여행을 포기하는 대신 1500달러 정도만 지출해 TV를 교체하는 미국인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