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나탄 가델스]韓中日에 오바마가 필요한 이유

  • 입력 2008년 7월 22일 03시 01분


최근 오바마니아(오바마+마니아) 열풍이 유럽을 휩쓸고 있다. 독일 마셜펀드의 외교정책 책임자인 존 글렌 씨는 “버락 오바마 미 상원의원이 유럽인들에게 미국의 생명력을 재확인시켜줬다”며 열광했다. 프랑스의 정치분석가인 도미니크 무아시 씨도 “오바마 의원 덕분에 미국이 세계 감성의 중심국으로 되돌아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내가 최근 일본 중국 한국을 방문해 만난 고위 인사 사이에서는 오바마 열풍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물러나기를 고대하는 사람이 많은데도 그랬다.

오바마 의원이 어린 시절 성장기를 보낸 인도네시아에서는 오바마 지지자가 많겠지만 전반적으로 동아시아에서는 유럽처럼 ‘오바마 의원에게 마음을 빼앗긴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人民)일보는 오히려 오바마 현상을 깎아내리려 했다. 이 신문은 오바마 의원의 대선 경선 승리가 미국의 인종적 정의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단지 하버드대에 들어감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한 흑인이 성공적으로 미국 주류사회에 동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다양한 인종과 세계주의적 문화를 가진 미국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다.

나는 이처럼 태평양 일대의 개발도상국 지도층에게 오바마 열풍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이들이 가치보다 이해관계에 더 주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오바마 의원을 ‘보호무역주의의 유령’으로 바라본다. 그들은 공화당이 집권하는 것이 자신들의 국가를 더욱 번영하게 만들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유리한 일이라고 인식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근시안적이며 역사적으로도 옳지 않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무역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바꾸어 놓았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의회를 통과하도록 힘썼고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편입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에 앞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도 ‘케네디라운드’를 통해 무역을 자유화했다.

민주당은 또 보편적인 건강보험과 신뢰할 만한 연금, 대학 학비 인하 등에 정책의 초점을 맞춤으로써 중산층의 경제적 걱정을 덜어 주려 노력했다.

효율적인 사회안전망과 공적 투자는 세계 자유무역의 혜택을 누리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게 오늘날의 경제적 교훈이다. 튼튼한 사회안전망은 변화를 저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변화를 위한 유연성과 개방성을 가능하게 한다.

역사적으로 세계화에 대한 반발은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과 부시 현 대통령 시절에 나타났듯이 민주당 정부가 아닌 공화당 정부에서 많이 일어났다. 미국의 거대한 중산층이 공화당 정부 아래에서 잘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버트 라이히 전 미국 노동장관은 “직업 안정성이 위협받게 된 결과로 미국 중산층들이 무역과 세계적인 책임을 두려워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세계화는 승자뿐만 아니라 패자도 만들어낸다. 미국이 누구라도 노력하면 윤택한 중산층에 편입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계속 남으려면 민주당의 처방을 따라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볼 때 아시아 지도층들도 ‘약간의’ 오바마 열풍을 갖는다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전 세계의 중산층, 특히 인도와 중국의 중산층은 미국의 중산층이 무너진다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신흥국가의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생산한 상품의 대부분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해질 때까지, 그들의 번영은 미국의 번영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나탄 가델스 글로벌 뷰포인트 편집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