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jour France]알프스의 진주 샤모니, 만년설 아래서 비키니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트레킹-등반 천국 샤모니몽블랑으로 떠나는 여름휴가

반팔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관광객들이 시내 중심가를 어슬렁거린다. 공원에는 축구경기를 하다 땀에 젖은 웃옷을 벗어던진 아이들이 뛰어다닌다. 중심가를 조금 벗어나니 주택가 발코니에는 수영복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중년의 남녀가 이곳저곳에서 눈에 띈다.

프랑스 알프스의 소도시 샤모니. 만년설로 뒤덮인 해발 4000m 이상의 알프스 고봉(高峯)들이 눈앞을 병풍처럼 둘러싼 이곳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들만의 느긋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한여름에도 만년설과 빙하계곡을 볼 수 있고 스키와 일광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샤모니다.

○ 한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곳

알프스 하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그 최고봉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계선에 놓인 몽블랑(해발 4810m)이다. 몽블랑에서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도시가 바로 샤모니다.

몽블랑 등정을 시도하는 등반가들이 수백 년 동안 샤모니를 거쳐가면서 산 속의 작은 마을이었던 이곳은 자연스럽게 ‘근대적인 스포츠 등산(알피니즘)’의 발원지로 자리 잡았다. 최초의 동계올림픽 (1924년)이 열린 곳도 바로 샤모니다.

시내를 걷다 보면 1786년 처음으로 몽블랑에 오른 발마와 그의 후원자 소쉬르의 동상을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등산장비 전문점들이 한곳에 밀집돼 있는 것도 볼거리다.

○ 케이블카 타고 단숨에 3842m 전망대로

샤모니 시내에서 몽블랑 정상 쪽을 바라보면 왼편 약간 아래쪽(해발 3842m)에 뾰족이 솟아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는 암벽이 눈에 들어온다. 그 위에는 바늘처럼 생긴 인공 구조물이 보인다.

몽블랑 정상까지 두 발로 직접 오르는 전문 산악인이 아니더라도 바로 눈앞에서 몽블랑을 볼 수 있는 곳, 바로 전망대 ‘에규 뒤 미디(Aiguille du Midi)’다. ‘에규’란 돌출한 바늘 모양의 봉우리란 뜻으로 이곳까지 케이블카가 연결돼 있다.

먼저 시내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2317m의 중간 도착지에 내려 케이블카를 갈아타면 곧장 에규 뒤 미디까지 연결된다.

하늘을 향해 시원스럽게 쭉쭉 뻗은 침엽수림 사이로 케이블카를 타고 빠르게 지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상에 가까워지면 케이블카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을 단숨에 타고 오른다. 마치 전망 좋은 초고층 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탄 듯한 느낌이다.

에규 뒤 미디에서 케이블카를 내리면 몽블랑 뿐 아니라 주변의 알프스 고봉들과 샤모니 시내도 ‘아이맥스’ 영화를 보듯 한눈에 들어온다.

이 케이블카는 1955년에 개통됐다. 역사(驛舍)에는 당시 케이블카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인부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여러 장 전시돼 있다. 그 시절에 참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생각도 들지만 동시에 인간의 집념이 실로 억척스럽다는 느낌도 든다.

50년 전에 이곳까지 케이블카를 놓았으니 아예 몽블랑까지 잇는 것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후의 구간을 오로지 인간의 발로만 도달할 수 있게 놓아둔 것은 알프스 최고봉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 여름에는 트레킹 인기

여름의 알프스에서는 스키보다는 트레킹이나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관광객이 많다. 경사가 완만한 저지대에는 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샤모니 주변에도 근사한 트레킹 코스가 여럿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몽탕베르(해발 1913m)와 플랑 뒤 에규(2317m) 사이의 코스. 성인이면 2시간 반 안팎이면 오갈 수 있다. 이 구간을 지나는 내내 샤모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이곳 사람들이 ‘발코니 트레킹 코스’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래프팅이나 패러글라이딩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프스 계곡에서 래프팅의 즐거움을 만끽하거나 계곡의 경치를 한눈에 감상하며 즐기는 패러글라이딩에도 도전해 볼 만하다.

○ 노천카페서 알프스 감상하며 맥주를

샤모니에는 11개의 관광호텔을 포함해 76개의 호텔급 숙박시설이 있다. 시내 중심가에는 카지노 시설도 있다. 시내에는 노천카페가 많은데 눈 덮인 알프스를 보며 맥주를 마시는 기분이 그만이다.

해가 짧다는 알프스 산악 지역이지만 여름의 샤모니는 오전 4시 반경이면 날이 밝기 시작해 오후 9시 무렵이 돼야 해가 진다. 여름에는 서머타임제의 영향도 있어 오후 10시경은 돼야 어두워지기 때문에 다소 낯선 느낌도 든다.

세계 각국에서 90여 개의 휴양 리조트를 운영하는 클럽메드도 이곳에 리조트를 두고 있다. 클럽메드 리조트의 본관 건물은 1910년에 지어져 샤모니에서 가장 오래된 숙박시설이다. 리모델링을 했기 때문에 고풍스러운 분위기이지만 야외 수영장이나 헬스장 사우나 같은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샤모니 몽블랑 관광청은 1년에 약 4000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고 밝혔다.

샤모니=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14㎞ 이어진 얼음덩어리 빙하계곡에서 시원한 여름을▼

샤모니 주변의 알프스 경관은 반짝이는 빙하로 더욱 돋보인다. 샤모니 주변 알프스 계곡 곳곳을 크고 작은 빙하가 수놓고 있다.

가장 유명한 빙하는 해발 1913m의 몽탕베르 봉우리 부근에 있는 ‘메르 드 글라세’. ‘얼음의 바다’라는 뜻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큰 빙하인 이곳은 1741년에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는 순간 바로 ‘이름이 아깝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협곡에 놓인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14km나 이어져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바로 옆 계곡에는 ‘그랑드 조라스’ 빙하가 있고 이들 빙하가 뒤덮은 지표 면적이 125km²에 이른다.

몽탕베르에서 빠뜨릴 수 없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얼음 동굴’이다. 빙하 표면을 뚫어 만든 동굴인데 내부를 밝히는 조명이 얼음 벽면에 비쳐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동굴 입구까지 계단이 이어져 있으며 5분 정도면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

몽탕베르로 가는 열차는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열차를 타고 가파른 경사를 오르다 보면 열차가 구름 속에 갇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기도 하고 울창한 전나무 숲 사이를 뛰어다니는 사슴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시 내려갈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몽탕베르의 카페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얼음 동굴에서 받은 한기를 가시게 해 준다.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관광지이지만 샤모니 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는 단골 소풍 코스이기도 하다.

샤모니=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b>■ 여행정보

6∼8월 샤모니의 평균 기온은 아침에는 영상 7∼9도 한낮에는 20∼24도.

가장 가까운 국제공항은 약 100km 떨어진 스위스 제네바 공항이며 승용차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클럽메드 샤모니 리조트의 여름철 8박 9일 패키지 상품 가격은 335만∼365만 원.

샤모니 몽블랑(www.chamonix.com), 클럽메드코리아(www.clubm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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