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정교회 ‘정치 편향’ 내분 격화

  • 입력 2008년 7월 5일 03시 04분


40대 주교 “지도부 세속권력에 복종”에 파문 경고

러시아정교회가 교회의 정치 참여 문제를 둘러싸고 내분을 겪고 있다.

러시아정교회의 알렉세이 2세 대주교는 지난주 추코트카 관구 디오미드(47) 주교의 미사 집전을 금지했다. 대주교는 “디오미드 주교가 회개하지 않으면 파문하겠다”는 경고도 내렸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은 전했다.

알렉세이 2세 대주교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디오미드 주교가 “교회 지도자들이 신이 부여한 자유를 희생하며 세속 권력에 복종하는 죄를 지었다”는 성명을 러시아 일간지에 낸 데 따른 것이다. 당시 그의 발언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집권 여당 후보를 지지해 온 알렉세이 2세 대주교의 정치 참여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리아노보스티통신은 디오미드 주교가 일요일인 지난달 29일에도 미사를 강행하며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결코 회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그의 파문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사 집전 금지 조치 직후 디오미드 주교 지지자들은 모스크바에서 알렉세이 2세의 퇴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지지자들은 친(親)크렘린 청년단체인 나시 회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러시아정교회 내 혼란이 확산되면서 철저한 계급조직인 정교회가 구소련 붕괴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러시아 언론들은 전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러시아정교회 정치 갈등 일지

1990년 6월

정교회, 알렉세이2세 총주교 선출

1990년 10월

러시아 의회, 교회 지위와 재산을 인정하는 법 채택

국외 러시아정교회, 러시아에 독자 교구 설치

1996년 6월

알렉세이 2세, 옐친 전 대통령 지지

2000년 3월

알렉세이 2세, 푸틴 전 대통령 지지

2008년 6월

추코트카 관구 디오미드 주교, 알렉세이 2세 퇴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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