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천국 美도 기름값에 휘청

  • 입력 2008년 6월 10일 03시 00분


미국의 한 운전자가 8일 뉴욕 BP 주유소에서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갤런당 4달러를 훌쩍 넘은 사상 최고의 유가로 인해 많은 운전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한 운전자가 8일 뉴욕 BP 주유소에서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갤런당 4달러를 훌쩍 넘은 사상 최고의 유가로 인해 많은 운전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휘발유 1갤런 4달러 돌파… 버스-지하철 꽉 차고 국경 넘어 주유까지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갤런(3.78L)당 4달러를 넘어섰다.

전미자동차협회(AAA)는 8일 미국인들이 주유소에서 구입하는 휘발유 평균가격이 전날보다 2센트 오른 갤런당 4.005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 주처럼 휘발유 가격이 비싼 지역은 이미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지만 전국 평균가격이 4달러를 넘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미국 정유회사들은 최근 폭등세를 보이는 국제 원유 가격 상승분을 아직 휘발유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배럴당 130달러가 넘는 고유가 현상이 계속되면 갤런당 5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갤런당 4달러 가격을 L로 환산하면 L당 1.05달러. 다른 나라 기준으로 보면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저렴한 편이지만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보다 자동차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고유가가 가계에 미치는 충격은 훨씬 크다.

휘발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그동안 웬만큼 비싼 유가엔 꿈쩍하지 않던 미국인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우선 대중교통 이용자가 늘어났다. 올해 들어 뉴욕 애틀랜타 등 주요 도시에서는 자동차 대신 버스 지하철 경전철로 출퇴근하는 미국인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뉴욕에 인접한 뉴저지 주의 버스정류장이나 기차역 근처 주차장은 항상 만원이다. 자동차를 세워 놓고 뉴욕 맨해튼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스쿠터족도 늘었다.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미국 전역에서 스쿠터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증가했다. 뉴욕 일대는 증가폭이 25%에 이른다. 1갤런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160km가 넘어 승용차의 5배에 이를 만큼 연료소비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이 밖에 국경지대에 사는 미국인 중에는 국경을 넘어 멕시코에서 휘발유를 넣기도 한다.

한편 미국 내에서도 남부와 중부 일대 농촌지역에 사는 저소득층이 고유가로 더욱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미시시피, 앨라배마 주의 일부 농촌지역 카운티에서는 휘발유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이 전체 소득의 14%를 넘어섰다는 것. 대중교통망이 아예 없는 농촌지역에선 휘발유 가격이 올라도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이용해야 하는 반면 소득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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