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형사이트 ‘개인정보 공유’ 동맹

  • 입력 2008년 6월 4일 03시 02분


‘편리함이냐 사생활 보호냐.’

인터넷상의 자유로운 정보 공유와 수정이 ‘웹 2.0’ 시대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웹사이트 간 개인정보 공유 문제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보 공유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사용자의 ‘편리성’을 강조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사생활 침해와 범죄 이용 가능성을 지적한다.

▽개인정보 공유 움직임 가속화=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 최대의 인맥 구축 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가 야후, 이베이 등 대형 사이트들과 회원 개인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데이터 이동 정책(data portability policy)’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마이스페이스는 전 세계적으로 2억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거대 사이트. 인터넷에서 친구를 만들고 이들과의 관계를 넓혀가는 대표적인 SNS 사이트로 한국의 ‘싸이월드’와 비슷하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제휴 사이트와 회원의 개인정보는 물론 친구 목록과 사진, 글 등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발표했다. 이 서비스가 시행되면 구글 회원 가운데 페이스북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페이스북 사이트에 따로 접속해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더라도 구글에서 페이스북의 회원들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대형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회원들의 개인정보 공유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이유는 사용자의 편리함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가입해야 하는 불편 없이 자신이 활동하던 사이트에 계속 머물면서 다른 사이트 회원들과 소통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 대책은 부실=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개인정보 공유가 심각한 사생활 침해나 인터넷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DPA통신은 최근 개인정보 보안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인터넷상에 공유된 개인정보는 친구뿐 아니라 신원을 알 수 없는 ‘제3자’도 열람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정보를 악용해 명의를 도용하거나 다른 사람의 정보를 무단으로 변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사이트는 해킹할 필요도 없이 검색엔진만으로도 회원 개인정보를 쉽게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보안이 허술하다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마이스페이스나 페이스북의 회원들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있지만 회원들의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미국법이 적용되는 것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들 사이트는 미국에 본사가 있을 뿐 독일 영국 등 다른 나라에 지사(支社)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지난달 말 캐나다연방사생활위원회(CFPC)가 캐나다 오타와대 법대생 4명이 “페이스북이 적절한 동의절차 없이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광고주들에게 공개해 캐나다 법을 어겼다”며 제기한 문제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 측은 “정보공유는 페이스북의 중요한 원칙”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CFPC가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캐나다 법을 근거로 미국법을 적용받는 페이스북에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조만간 페이스북은 누구나 정보를 열람하고 공유할 수 있는 ‘오픈 소스(open source)’ 형식으로 사이트를 바꿀 계획이어서 논란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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