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더 빼시오” 양탄자 거부한 후진타오

  • 입력 2008년 6월 2일 20시 52분


"열차를 앞으로 더 빼시오."

중국 쓰촨(四川) 성 지진 이재민을 위로하기 위해 한 재난 지역 기차역에 도착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열차에서 내리려다 말고 갑자기 호통을 쳤다.

열차는 플랫폼 중앙을 10여m 지나 다시 멈췄고 후 주석은 플랫폼 중앙에서 역 입구까지 깔린 양탄자를 거부하고 지진으로 울퉁불퉁해진 역사(驛舍) 바닥을 밟으며 걸어 나왔다.

양탄자는 현지 관리가 후 주석을 위해 깔아놓은 것. 지진으로 파괴된 역사 건물에 대해 긴급 보강공사를 벌이던 중 갑자기 최고 통치권자가 방문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주석의 동선(動線)에 비료포대를 깔아 바닥을 평평하게 만든 뒤 위에 양탄자를 깔았던 것이다.

그러나 후 주석이 이를 거부하고 험한 길을 택해 빠져나오자 현지 관리들은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주위의 이재민들은 과잉 예우를 뿌리친 후 주석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 사연은 지난달 28일 한 누리꾼이 중국 신문 연합사이트인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의 토론방에 소개해 알려졌다. 이 글에는 역의 이름이 나와 있지 않지만 누리꾼들은 후 주석의 재난 지역 시찰 동선을 추적해 지난달 18일 그가 방문한 스팡(什¤) 시의 한 역으로 추정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후 주석에게 감동을 받았다"며 "우리는 이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수없이 댓글을 달았다.

ID가 여우커(遊客)인 누리꾼은 "출장 때마다 주민 재산을 축내고 주민을 괴롭히는 중앙관리가 적지 않다"며 "후 주석은 이날 현지 관리 뿐 아니라 13억 전 인민에게 교훈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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