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나토 확대는 또다른 베를린 장벽”

  • 입력 2008년 6월 2일 02시 57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장은 보이지 않는 베를린 장벽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과거 대통령 시절처럼 미국과 서유럽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달 29, 30일 프랑스를 방문한 푸틴 총리는 일간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서방 국가를 비난했다.

그는 미국을 겨냥해 “국내에서는 그토록 고상한 민주주의를 갖고 있는 나라가 해외에서는 무서운 괴물이 정말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유럽에 대해서는 “NATO의 확대는 유럽의 ‘새로운 베를린 장벽’으로, 지금 이것은 보이지 않지만 옛날만큼 위험하다”고 말했다.

푸틴 총리는 서방에 대한 비난에서 한걸음 나아가 프랑스의 외교정책에 대한 훈수까지 뒀다. 그는 “프랑스는 (미국과 거리를 유지하고)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계속 수행하기를 바란다”며 프랑스의 친미주의 외교 노선을 견제했다. 이런 푸틴 총리의 발언은 그의 대통령 시절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고 여전히 ‘러시아의 1인자’다운 힘이 실려 있었다. 그는 대통령 임기 말에 NATO의 확대와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기지 배치 계획 등을 맹비난했다.

그가 받은 예우 역시 파격적이었다. 푸틴 총리는 이번 프랑스 방문 기간 중에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물론 과거 그의 카운터파트였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과도 회동했다.

피용 총리는 푸틴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세 차례나 그를 ‘러시아의 대통령’이라고 잘못 부르기도 했다고 프랑스 언론들은 전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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