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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3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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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정부 차원 개입 암시
4년 전 핵 기술을 북한에 이전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던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72·사진) 박사가 “나는 국익의 희생양이었다”며 새로운 파문을 예고했다.
파키스탄 ‘핵의 아버지’로 불리는 칸 박사는 29일 현지 뉴스채널인 ‘돈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나는 미리 작성된 발표문을 받아 읽었다”고 주장했다.
칸 박사는 2004년 TV에 출연해 자신이 정부 몰래 핵 기술과 원심분리기 등을 북한과 이란, 리비아에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파키스탄 정부는 핵 기술 해외 유출 혐의로 그를 자택에 연금해 왔다.
칸 박사는 “친구들은 내가 핵 이전을 시인하더라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고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당시 자신을 속인 인물로 차우드리 슈자트 후세인 전 총리와 S M 자파르 상원의원을 지목했다.
그는 또 “나는 어떠한 불법적이고 인정받지 못한 행동에도 연루되지 않았다”며 “적절한 시점에 더 많은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그동안 파키스탄 정부와 군이 핵 기술 유출에 관여했다며 파키스탄 정부를 압박했지만,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정부 차원의 개입을 부인하며 칸 박사가 주도하는 핵 밀매 조직의 단독 소행이라고 반박해 왔다.
그러나 입을 열기 시작한 칸 박사가 그동안 숨겨왔던 사실을 계속 폭로할 경우 파키스탄 정부는 국제사회의 강한 비난과 제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파키스탄 새 정부가 칸 박사의 연금 해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칸 박사는 22일 자신이 운영하던 파키스탄 과학원을 방문했다. 그로서는 4년 만의 첫 외출이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