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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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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부족 사태를 낳지 않으면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2세대 바이오연료’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이 새로운 대체에너지를 잘못 관리할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0일 독일 본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회의에서 과학자들은 야트로파, 스위치그래스, 갈대 같은 2세대 바이오연료가 가져올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채택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런 식물 재료는 1세대 바이오연료인 옥수수나 콩과 달리 식용이 아니기 때문에 “식량 부족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식물의 상당수가 엄청난 번식력으로 땅을 잠식해 들어가는 침입종(invasive species)이라는 것. 성장 속도나 확산 범위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주변의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고 땅의 지력과 수분을 고갈시켜 버린다는 문제점도 있다.
과거 호주와 에티오피아가 숯 생산에 쓰이는 메스킷이라는 식물을 재배했다가 곤욕을 치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식물은 수십 년 뒤 수백 만 m²의 목초지를 황폐화시켜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줬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국제자연보호협회 등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단체들은 “침입종 식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생태계의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며 “대량 생산되기 이전에 충분한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침입종 식물은 지금도 전 세계에 매년 1조400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주고 있다. 야트로파 같은 일부 식물은 독성이 있어 사람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IUCN의 제프리 하워드 박사는 “바이오연료 생산업체와 투자자들이 단기간의 수익에 급급해 이런 문제에 대한 경고를 외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20년까지 교통수단 연료의 10%를 바이오연료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2세대 바이오연료의 개발을 서두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바이오연료 업계는 “바이오연료 식물의 위험성이 과장됐다”며 반발했다. ‘바이오유로파’의 윌리 디그리프 국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잡초처럼 잘 자라는 식물이 모두 침입종은 아니다”며 “재배자가 그 성장 속도나 규모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