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끝났소”

  • 입력 2008년 5월 10일 02시 58분


美언론-정가 “전당대회 전 사퇴할 것”… 남은 경선 역전 어렵고 자금난 심각

《5개월 넘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의 끝이 보이는 듯하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완주 의지를 거듭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6월 3일 몬태나, 사우스다코타 주에서 열리는 마지막 프라이머리(예비경선) 직후 힐러리 후보가 패배를 공식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타임지, 힐러리의 5대 실수 분석

선거 비전문가 참모 - 장기전 대비 실패 등 지적

▽6월 초에 끝난다=힐러리 선거캠프 의장이자 자금모금 총책인 테리 매컬리프 씨는 8일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승부가 8월 전당대회까지 이어지지 않고 6월 3일 이후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힐러리 캠프로서도 남은 프라이머리에서 서약대의원(1588명 대 1419명) 수적으로 오바마 후보를 따라잡을 수 없고 당 내외의 후보 사퇴 압력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나머지 경선에서 압승하지 못할 경우 전당대회까지 버티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설상가상으로 힐러리 캠프는 4월에 이미 1000만 달러의 적자를 낸 데 이어 클린턴 부부 명의로 1100만 달러를 대출받았을 정도로 자금난이 심각하다.

반면에 오바마 후보 측은 이달 20일 켄터키와 오리건 주 프라이머리가 끝나면 곧바로 경선 승리를 선언할 태세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익명을 요구한 오바마 선거캠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두 주에서 경선이 끝나면 서약대의원 3253명의 과반인 1627명 이상을 확보하고 전체 득표에서도 반수를 넘게 된다”고 밝혔다.

오바마 진영은 경선 승리 선언을 토대로 795명의 슈퍼대의원도 일반 유권자의 표심을 존중해 오바마 후보를 지지해 줄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오바마의 대선 행보=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오바마 후보는 8일 워싱턴 의회에 ‘개선장군’처럼 입성했다고 뉴욕타임스와 CNN 등이 보도했다.

언론들은 “자신의 지지자들은 물론 일부 힐러리 후보 지지 의원과 공화당 의원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의회로 돌아온 오바마 후보는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오바마 후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힐러리 후보는 어느 대통령 후보에게든 가장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 검토될 인물”이라고 말해 러닝메이트 제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 의장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면담을 하기도 했다.

▽힐러리의 패인은?=시사주간 타임은 한때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이 유력해 보였던 힐러리 후보가 몰락하게 된 ‘5대 실수’를 분석해 보도했다.

타임은 힐러리 후보가 ‘준비된 후보’라는 논리를 내세워 대세론을 강조한 것은 급변하는 정치 환경과 변화를 열망하는 민주당원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 선거전략 때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잡지는 힐러리 후보가 선거전문가보다는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기준으로 선거참모를 구성한 것도 패인으로 꼽았다. 타임은 “최근 사퇴한 수석전략가 마크 펜 씨는 민주당이 공화당과 달리 승자 독식이 아닌 득표율에 따라 대의원을 배분한다는 원칙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타임은 “대의원 수가 많이 걸린 대형 주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한 전략도 패착이었다”고 지적했다. 거액 기부자 중심의 선거자금 모금 방식을 고수해 ‘실탄 부족’을 겪은 것도 실수였다.

타임은 힐러리 캠프가 상대적으로 대의원 배분이 적은 코커스(당원대회)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오바마 대세를 뒤집기 어려웠으며 ‘슈퍼 화요일’이 지나면 자신의 승리가 확정될 것으로 판단해 장기전에 대비하지 못한 것도 실책으로 꼽았다.

한편 미시간 주 민주당 집행위원회는 이날 힐러리, 오바마 후보에게 각각 69명과 59명의 선출직 대의원을 배분하는 내용의 조정안을 마련해 당 전국위원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당규를 어기고 경선 날짜를 1월로 앞당긴 미시간 주에 대해 경선 결과를 무효화하고 대의원들에게는 전당대회의 투표권도 주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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