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4월 16일 03시 0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일본 교육 개혁의 메카로 떠오른 도쿄(東京) 스기나미(杉竝) 구 와다(和田)중학교 이야기다. 민간인 출신 교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자녀들의 성적을 올리고 전입자를 불러 모으고 있는 와다중학교를 12일 찾았다. 일본의 학교들은 주 5일 수업이다. 하지만 토요일 와다중학교 교실은 보충수업을 받으러 온 학생들로 활기가 가득했다.
▽‘요루스페’ ‘도테라’ 수준별 맞춤수업=오전 9시반. 100여 명의 학생으로 떠들썩하던 학교는 ‘도테라’ 4개반, 영어코스 4개반, ‘요루스페’ 1개반의 수업이 시작되자 고요해졌다.
도테라는 ‘토요 데라코야(寺子屋·에도 시대의 서당)’의 줄임말로 와다 학교에서는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보충수업을 뜻한다. 지역 자원봉사자나 교직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이 학생들의 복습이나 문제풀이를 돕는다. 수업료는 연간 5000엔(약 4만8500 원). 5년 전 학생 10명으로 시작한 도테라는 현재 전교생의 3분의 1가량인 125명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북쪽 교사(校舍) 2층 교실에서는 인근 대학교수와 학원 강사들이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수업료는 월 6000엔. 메이세이(明星)대 조교수가 가르치는 1학년 코스는 등록자가 72명이나 된다.
남쪽 교사 3층에서는 학원 강사가 진행하는 요루스페가 한창이었다. 요루스페는 ‘밤 스페셜’의 줄임말로 방과 후 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보충 수업이다. 평일 저녁에는 국어와 수학, 토요일에는 영어를 한다. 수강생들은 시험을 통해 선발되며 학원 수강료의 절반 가량을 수업료로 낸다.
요루스페는 지난해 말부터 일본에서 거센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24일에는 구민 49명이 학교 건물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요루스페 수업중지 가처분 신청을 도쿄 지방재판소에 내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지역본부가 학교를 키운다=전교생의 70%가 참가한다는 토요 수업은 놀랍게도 학교가 아닌 학부모와 지역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와다 중학교 지역본부’가 주최한다.
지역본부는 야간 수업이 있는 날이면 직접 학생들의 저녁식사를 만들어 제공하고 교정의 잔디밭 관리나 도서실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맡는다.
다카키 히로코(高木弘子) 지역본부 위원은 “우리 역할은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 등 ‘본업’에 전념하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왔지만, 지역민이 모여 뭔가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지역본부의 운영비는 연간 약 1200만 엔. 구에서 지원되는 예산이나 참가비, 기부금 등으로 충당한다. 토요수업 담당자들에게는 하루 일당으로 1100엔씩을 지급한다.
와다중학교의 실험은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가 살면 지역도 산다=이 학교는 지난해 스기나미 구 학력조사에서 23개교 중 종합 1위를 기록했다. 보통 일본 학교가 3학기제인 데 반해 4학기제를 도입하고, 수업시간을 ‘50분씩 주 28교시’에서 ‘45분씩 주32교시’로 조절하는 등 공부의 효율을 높이려 노력한 성과다.
이 때문에 전입자도 늘고 있다. 와다중학교의 학생수는 2007년 기준으로 3학년 95명, 2학년 127명, 1학년 157명. 아래로 내려갈수록 학생이 늘어나는 피라미드형이다. 5년 전만 해도 한 학년 학생이 70여 명에 불과해 인근 학교와의 통폐합이 거론됐지만 지금은 학급을 늘리고 있다.
학부모 가네코 스미요(金子純代) 씨는 “2년 전 지방에서 도쿄로 전근을 오면서 아이를 이 학교에 넣기 위해 일부러 근처로 이사왔다”고 귀띔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대학서 직업교육땐 너무 늦어… 중학교부터 목표세워 시작해야”▼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수업이 한창인 교실들을 돌아보던 시로타 아카히사(代田昭久·42·사진) 신임 와다중 교장의 말.
취임 한 달이 채 안된 그는 전직 청소년 직업교육 전문가다. 전임 후지와라 가즈히로(藤原和博) 교장과는 취업정보회사 리크루트의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리크루트 시절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교육을 담당했는데 당시 이 같은 교육이 너무 늦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하도록 만들려면 적어도 중학교부터는 직업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죠.”
2003년 리크루트를 그만둔 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직업교육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를 설립해 지난달까지 경영을 맡았다. 후지와라 교장과도 이때 알게 됐다.
시로타 교장은 앞으로 와다중만의 독특한 과목인 ‘세상살이’ 수업을 맡아 연간 80시간 정도 직접 교단에 설 예정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자신이 평생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그 꿈을 이루도록 하기 위한 방법론을 이 수업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