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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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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왔지만 어둠 속에 산다”=한 주민은 “조승희의 부모는 조용히 돌아왔지만 지금도 낮에는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조승희의 가족들은 사건 당일 밤 집에 찾아온 미국 수사요원들과 함께 사라진 뒤 언론 인터뷰는 물론 총영사관 등과의 면담도 거부해 왔다.
가족 측 변호사인 웨이드 스미스 씨는 12일자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계속 어둠 속에서 살고 있다”며 “언젠가는 말할 수 있을 때가 오겠지만 지금은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조승희의 누나(27)는 현재 국무부 민주·인권·노동 담당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그녀는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뒤 사건 당시 뉴욕의 국무부 용역업체에서 근무했다.
1년이 지났지만 사건 경위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다. 사건 직후 한국 내 일각에서 ‘이민 부적응’ 등 사회의 구조적 요인에 따른 범죄로 몰아가려 했지만 수사 결과 조승희 개인의 정신질환에 따른 범죄였음이 드러났다.
조승희는 어려서부터 심각한 고립증세를 보였으며 부모들도 의학적 종교적 방법을 동원해 치료를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가 대학에서 여학생들을 스토킹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법원이 그에게 정신과 치료를 명령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그가 왜 사건 당일 새벽 기숙사로 특정 여학생을 찾아가 살해했는지, 왜 2시간 후 500m 이상 떨어진 노리스홀(공과대 건물)까지 찾아가서 30명을 사살했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조승희와 첫 피해자인 여학생 사이에서 경찰은 별다른 연관관계를 찾지 못했다.
지난해 8월 대학본부 건물 앞쪽에 마련된 32개의 추모석에는 그동안 추모 편지와 선물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학교 측은 16일 하루 동안 휴강하고 14건의 추모행사를 열 계획이다. 대대적인 헌혈 캠페인도 벌어진다. 홈페이지 ‘추모의 날’ 코너에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와 함께 희생자 32명의 사진과 프로필이 소개돼 있고 추모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한인학생회장인 유현승(30·산업공학과 박사과정) 씨는 12일 “한인학생회 차원에서 행사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단체로 움직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개별 참여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씨는 “내가 알기로는 교내에 조승희 사건을 ‘한국인이 저지른 범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며 다들 미국 사회의 총기 관리 문제를 지적해 왔다”고 말했다.
16일 워싱턴 대법원과 의사당 앞 등에서는 사건 부상자와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단체 회원들이 ‘드러눕기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총기 규제는 여전히 별다른 진전이 없다. 정신질환자의 총기 구입을 막는 절차를 강화하는 법이 제정되고, 상당수 학교가 위기대응 및 정신질환자 관리 시스템을 강화한 것 등이 그나마 지금까지의 진전으로 꼽을 만하다.
센터빌(버지니아 주)=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