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國노르웨이 지구촌 도우미로 큰 영향력
한국 성공스토리 세계에 전파할 가치 있어
반기문 큰 자산… 한국 국력 걸맞은 공헌을”
“외부의 도움이 절실한 국가에 지원하는 등 한국의 매력(attractiveness)을 높임으로써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결합하는 ‘스마트’한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른바 ‘스마트 파워’ 이론의 주창자인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세계 15대 파워그룹(G15)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한국의 국가전략을 묻는 질문에 “향후 세계질서 형성에 좀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참여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이 G15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 국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은 매우 성공적인 국가발전의 모델이다. 그 성공스토리는 동북아 지역을 넘어서 전 세계에 전파될 가치가 있다. 특히 한국의 군사력은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한국은 1960년대 가나와 국민총생산(GNP)이 같았지만 이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정도로 인상적인 성장을 이뤘다. 한국은 그런 성취를 아프리카나 중남미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에 사용해야 한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고,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의 발달은 한국이 전 세계와 자유롭게 통신할 수 있게 만들었다. 외교 분야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상징적 인물이 있다. 한국이 국력에 걸맞은 역할을 할 때 다른 국가들도 한국의 지도력을 인정할 것이다.”
―‘스마트 파워’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군사력은 여전히 필수불가결한 조건 중 하나인가.
“스마트 파워는 군사력, 경제력 같은 하드 파워와 국가의 매력, 가치의 힘 같은 소프트 파워를 성공적으로 결합시키는 능력을 의미한다. 향후에도 군사력은 국력을 이루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의 하나로 남겠지만 강대국의 필요충분조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동의 카타르와 북유럽의 노르웨이를 작지만 강한 나라의 예로 들었다. 이 두 나라가 한국의 향후 국가발전 전략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노르웨이는 북유럽의 작은 나라이지만 그 규모를 훨씬 능가하는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노르웨이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평화유지활동은 노르웨이의 영향력을 배가시키고 있고 ODA 지원은 노르웨이의 소프트 파워를 크게 높였다. 한국이 따라야 할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있는 한국의 국가전략은 무엇이 돼야 하나.
“지정학적인 이유를 감안할 때 일본과 중국 두 나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부합한다. 두 나라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위해선 초강대국이면서 이 지역에 아무런 영토적 야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미국과 굳건한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지난 정부에서의 한미관계가 손상되었다고 보는가.
“반드시 손상됐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다만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간에 여러 차례 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양국 정상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 경우도 종종 있었다.”
―현재 한국이 극복해야 할 가장 당면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북핵 문제다. 그것은 동북아 번영에도 필요하다. 현재 한미 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과 미사일방어(MD)체제 참여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 특히 한국은 지역안보는 물론 국제안보 차원에서 역할을 늘리기 위해 PSI 참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정책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한국이 국가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데도 3국 간의 긴밀한 협조관계는 필수적이다. 다만 북핵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고려해 의장국인 중국과의 협조관계 역시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현)
△케네디스쿨 학장(1995∼2005년)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1994∼95년)
△국가정보위원회 의장(1993∼94년)
△국무부 차관 특별보좌역(1977∼79년)
▼“한미동맹 확실히 닻 내려두고
中-日 관계개선 나서야 효과적”
로버트 아인혼 전략국제문제硏상임고문▼
“시야를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세계로 넓히고 지역적(parochial)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미국 워싱턴의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 중 한 명인 로버트 아인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상임고문은 외교정책 차원에서 G15 진입을 위한 전략을 조언했다.
아인혼 고문은 “한국은 1등급 국가, 최상급 산업국으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특질, 예를 들어 뛰어난 기술 인력과 산업의 활력 등을 모두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은 그 영향력과 시야가 주로 지역, 심지어 한반도에 국한되어 있다는 인상을 줘 왔다”고 지적했다.
“1등급 국가그룹에 들어가기 위해 첫 번째로 요구되는 것은 한반도 문제의 해결이다. 현 시점에서 북한 핵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집요한 골칫거리로 내내 발목을 잡으며 글로벌 이슈에 대응할 에너지를 소모시킬 것이다. 한국의 새 정부는 핵문제 해결에 국가과제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북한에 남북관계의 진전은 핵문제 해결에 달려 있으며 핵을 고집한다면 미래는 황량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인식시켜줘야 한다.”
이어 아인혼 고문은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한국이 무역문제에 있어 지역적이거나 편협하지 않은 파트너라는 인식을 세계에 심어주는 일”이라고 당부했다.
“그런 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1등급 국가 진입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한미 FTA 비준은 쇠고기 시장 개방 문제에 달려 있는데 이게 해결되지 않는 한 미국은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좁은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더 높은 등급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의 외교 전략 목표가 ‘글로벌 이슈 해결 과정의 일원’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를 넘어서서 기후변화, 인신매매를 비롯해 다양한 글로벌 이슈의 해결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불안정과 갈등이 있는 지역, 분쟁 후 재건 과정 등 모든 이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한국도 함께 있어야 한다. 안마당인 북한만 중요한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이란 핵 문제도 글로벌 차원에선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미동맹이 북한이라는 특정한 위협을 주로 다루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오늘날 유럽을 넘어서서 세계적 이슈들에 참여하듯이 한반도 차원의 동맹을 넘어서서 책임을 맡는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 한국이 그러한 책임을 맡을 만한 역량이 될까.
“경제적으론 물론이고 정치적으로도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일본 중국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시사했는데 옳은 방향이라고 보며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미국도 이를 도와야 한다. 한미일의 강한 세 민주국가가 대화하면서 조율해 나가는 건 매우 중요하다. 물론 중국을 차단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한미관계에 확실하게 닻을 내려둔 상태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둥둥 떠다니며 균형자 역할을 한다는 전략은 안 된다. 일본,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해줄 것이다. 만약 한국이 이웃들과 경쟁관계만을 이어가면 그들은 한국이 다른 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다. 하루아침에 슈퍼파워가 될 수는 없다. 기술적, 경제적 위용을 떨쳐가면서 더 건설적인 영향력을 가진 나라임을 차근차근 보여줘야 한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로버트 아인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상임고문(현)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1999∼2001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1992∼99년)
△군비통제군축국(ACDA) 근무(1972∼84년)
△미국외교협회(CFR)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