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망명정부 “간쑤성 시위대에 발포 19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3월 19일 02시 56분


티베트(중국명 시짱·西藏)의 분리 독립 시위가 유혈사태로 확산된 가운데 18일 중국 간쑤(甘肅) 성에서 경찰의 발포로 19명이 사망했다고 인도 다람살라의 티베트 망명정부가 밝혔다. 시위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 예고 속에 모든 교통편이 통제되면서 티베트의 고립은 한층 길어지고 있다.
▽“동조 시위 중 19명 사망”=투브텐 삼펠 티베트 망명정부 대변인은 “18일 오전 간쑤 성 마추에서 경찰이 시위대 수천 명에게 발포해 19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삼펠 대변인은 이로써 티베트 유혈사태 사망자가 99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다람살라에서 기자들과 만나 “티베트의 독립은 불가능하다”며 “티베트인과 중국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폭력사태가 계속 악화될 경우 망명정부 수반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직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달라이 라마 집단이 조직하고 선동해서 (시위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가 많이 있다”고 티베트 망명정부 측을 비난했다.
티베트 현지는 18일 현재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고립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 공안당국이 시위대 150여 명의 행방을 추적 중”이라며 이미 체포된 사람이 1000명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17일 홍콩 기자 15명이 인근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로 추방되는 등 보도 통제도 강화되고 있다.
독립 요구 시위는 이에 앞서 17일 밤 베이징으로까지 확산됐다. 베이징의 중앙민족대학에서는 티베트인 50여 명이 티베트 무력 진압에 항의하는 촛불 시위를 벌였다. 간쑤 성 간난(甘南)짱족자치주의 농촌 현에서는 수백 명이 상점과 관공서를 불태웠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해외 동조 시위도 이어졌다. 네팔 카트만두의 티베트인들이 18일부터 단식 투쟁에 들어갔고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 앞에서도 이날 티베트인 수백 명이 EU의 조사와 개입을 요청하며 시위를 벌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모든 당사자에게 충돌과 폭력을 피할 것을 촉구한다”며 중국 당국에 자제를 당부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거리 정리…관공서 문 열어=“정부 기관과 학교 은행 등 관공서가 문을 열었고 가게들도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중국 티베트자치구 라싸(拉薩)에서 가게를 경영하는 한국인 조영숙(가명) 씨는 1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어제부터 시민들의 통행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 씨는 “시장도 문을 열어 야채와 고기 등 먹을거리 구입이 가능한 상태”라며 “하지만 피해가 큰 가게들이 정상 영업에 들어가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6일 오후부터 거리 청소 작업이 시작돼 대부분의 거리가 깨끗이 정리됐다”면서도 “곳곳에서 신분증 검사를 하는 등 검문검색이 이뤄지고 있어 통행이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