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농민 ‘행복한 비명’…밀 등 곡물가격 2배 폭등

  • 입력 2008년 3월 11일 02시 54분


미국 노스다코타 주에서 농사를 짓는 데니스 밀러 씨는 봄 파종을 앞두고 컴퓨터를 켜는 일이 잦다. 어떤 작물을 심을지 가격 추이를 알아본 뒤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밀, 보리, 콩, 유채 등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모두 뛰어 무엇을 심어야 할지 결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이 경기 침체에 들어섰다는 점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주요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미국 농부들은 역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올해 미국 농산물 수출 액수는 지난해보다 23% 증가한 10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미 농무부는 올해 미국 농가소득이 지난 10년간의 평균 농가소득보다 50%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서 농업부문이 ‘경기 침체 무풍지대’로 떠오른 것은 거세게 뛰어오르는 곡물 가격 때문이다. 밀의 경우 지난 6개월 사이 가격이 2배로 폭등했다. 한때는 부셸(약 27kg)당 3달러 정도였지만 이제는 10달러를 넘어섰다.

곡물 가격의 이 같은 폭등은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최근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곡물 수요가 크게 늘어난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제빵협회는 지난달 미국 국내 밀 가격이 폭등하자 ‘밀수출을 줄여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곡물 가격 폭등의 영향으로 생산이 늘어나 다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농무부는 올해 세계적으로 밀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8% 증가해 현재 부셸당 10달러 선인 밀 가격이 7달러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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