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태그플레이션 먹구름

  • 입력 2008년 2월 22일 02시 55분


FRB “올 GDP 성장률 전망 0.5%P 하향”

1월 소비자 물가는 작년 대비 4.3% 급등

성장률은 하락하는 가운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미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8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3∼2.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20일 발표했다. 이 같은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1.8∼2.5%에 비해 0.5%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FRB는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이유로 주택경기 위축 심화, 신용경색으로 인한 경기 둔화, 고(高)유가를 들었다.

FRB는 “자금시장의 상황이 약간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주식시장의 급등락이 보여주듯 금융시장의 경색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금융시장의 상황 악화가 대출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경제성장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 노동부는 1월 소비자물가가 전달보다 0.4% 상승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당초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3%보다 높은 것이다.

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월에 비해서는 4.3%나 급등했다. 1년 기준으로 이 같은 물가상승률은 2005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계절에 따른 변동성이 높은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하고 산출하는 이른바 ‘근원 인플레이션’도 1월 중에 0.3% 상승했다.

국제유가도 20일 이틀째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73센트 오른 배럴당 100.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서면 소비가 줄기 때문에 물가 오름세는 누그러드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처럼 성장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면 통화정책 담당자들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FRB는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해 연방기금 금리를 지난달 22일 0.75%포인트 긴급 인하했으며 이어 30일 정례회의에서도 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고 20일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밝혔다.

FOMC 위원들은 주택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과 함께 주가 하락이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을 우려했고 일부 위원들은 경기 하강의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월가 분석가들은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FRB가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춘 점을 감안할 때 3월 18일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추가로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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