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카지노 금연 바람 솔솔

  • 입력 2008년 2월 18일 02시 56분


3개주서 금연법 적용

업계 “매출감소” 반발

미국 흡연자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카지노에 금연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미국 50개 주 가운데 22개 주가 공공장소 금연을 시행하고 있으나 카지노에서까지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었다. 이런 가운데 올해 금연법을 도입한 일리노이 주가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며 카지노 내 금연을 강행해 미국 전체 카지노의 ‘금연 도미노’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생존권 위협” 업계 집단 반발=일리노이 주의 일간 시카고트리뷴은 최근 “일리노이 주가 1월부터 카지노와 술집 등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금연법을 시행해 카지노 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지노에서 흡연을 즐기는 데 익숙한 고객들이 금연 장소가 된 카지노에 발길을 끊으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

이 지역 대형 카지노인 ‘하라 메트로폴리스 리버보트’의 경우 경영 악화로 최근 3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카지노 업계는 1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나 떨어졌다며 “금연법을 개정해 카지노를 금연장소에서 제외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일리노이 주 카지노 사업자연합회는 “미주리 주 등 공공장소 금연을 시행하고 있는 이웃 주들도 카지노에서의 흡연은 인정하고 있다”며 “생존권을 위협하는 금연법을 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18일 금연법 개정을 위한 모임을 갖는다.

그러나 주 정부 관계자들의 태도는 완강하다. 빌리 맥대니얼 메트로폴리스 시장은 “금연법 시행이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상한 일”이라며 굽히지 않을 것임을 나타냈다. 금연법 제정을 주도한 테리 링크 상원의원도 “금연법을 시행한 지 고작 한 달 남짓 된 상황에서 예외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카지노 금연 움직임은 일리노이 주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엔 동부지역 카지노 명소로 유명한 뉴저지 주 애틀랜틱시티가 금연법을 카지노에 적용해 매출이 준 카지노 사업자들이 반발한 바 있다. 콜로라도 주도 지난해 7월부터 카지노 내 금연을 시행했지만 일리노이 주 같은 큰 저항은 일어나지 않았다.

▽라스베이거스까지 번질까=카지노 업계에서는 일리노이 주의 카지노 금연법이 카지노 업계 최대 도시이자 상징인 네바다 주의 라스베이거스에까지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네바다 주의 경우 2006년 12월부터 주유소, 편의점, 슈퍼마켓 등에 설치된 슬롯머신을 이용할 때 금연하도록 법으로 정했다. 다만 대형 카지노에 대해선 환기시설이 잘돼 있고 미성년자의 출입을 막고 있는 점을 들어 예외로 흡연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사업자들이 주 의회에 끊임없이 로비를 벌인 결과라는 시각이 많다. 카지노의 매출 감소는 곧바로 주 정부의 세금 수익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 정부가 라스베이거스에 쉽게 금연법을 적용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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