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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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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사들 자금회수 나서… 전문가 “30% 가격하락”
일본 경기를 10년 불황에서 끌어올린 견인차 중 하나인 주택경기가 다음 달 붕괴할 것이라는 ‘3월 위기설’이 제기됐다.
일본의 유력 경제주간 닛케이비즈니스는 최신호에 게재한 특집기사 ‘부동산 패닉(Panic·공황)’에서 부동산 전문가들을 인용해 1억 엔(약 8억8000만 원)이 넘는 아파트는 30% 정도의 가격 하락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닛케이비즈니스의 한 기자는 2일 저녁 도쿄(東京)에 있는 아파트 판매 담당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남향에 방 2개, 거실과 부엌이 딸린 70m²짜리 아파트를 정가인 7500만 엔보다 약 1000만 엔 싼 가격에 “은밀히” 팔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완공된 이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은 도쿄에서 고급 주거지로 유명한 세타가야(世田谷) 구였다.
또 다른 대형 부동산회사도 지난달 판매 중인 도쿄 도내 아파트의 가격을 대폭 내렸다. 80m²짜리와 70m²짜리 아파트를 800만 엔씩 하향 조정해 3000만 엔과 2000만 엔대 전반으로 책정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의 아파트 시장은 짓기만 하면 팔리는 ‘공급자 시장’이었다. 신축 아파트의 가격은 2003년과 비교하면 20∼30%나 올랐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양 간판을 내리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아파트 건설업자가 줄을 잇고 있다.
또 다른 경제주간 다이아몬드도 ‘아파트가 위험하다’는 최신호 표지기사에서 부동산회사와 부동산펀드의 자금 사정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원인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이었다.
한 부동산펀드 관계자는 “종전에는 건물 가격의 10%도 안 되는 자금만 갖고 있어도 나머지 전액을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빌려 줬다”면서 “하지만 모건스탠리와 메릴린치 등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경영 위기에 빠지면서 지난해 말부터 융자를 일시에 중단했다”고 말했다.
부동산펀드 등에 직접 출자해 온 투자회사들도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3월 말 결산을 앞둔 부동산회사와 펀드들이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보유자산을 투매해 부동산 가격 급락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유토리(여유) 주택자금대출’이 ‘일본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부르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토리 주택자금대출은 근로자 가구의 융자 요건과 한도를 대폭 완화해 준 제도로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시행됐다.
이시카와 가즈오(石川和男) 센슈(專修)대 객원교수는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지금까지 연 2%였던 유토리 주택자금대출의 상환금리가 올해부터는 4% 정도로 오른다”며 “일본 전체의 평균급여 수준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파탄(대출금을 갚지 못해 압류나 경매 등 주택을 강제로 처분당하는 사례)이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 닛케이 비즈니스가 본 일본의 아파트 가격 전망 | |||
| 구분 | 전망 | ||
| 아파트 유형 | 가격대 | ||
| 높은 가격대 | 신축 | 1억 엔 이상 | -가격 인하 불가피-4년 전 수준으로 환원-30% 정도 하락 각오해야 |
| 기존 | |||
| 중간 가격대 | 신축 | 5000만 엔 이상∼1억 엔 미만 | -가격하락폭은 제각각-역세권 아파트는 안심 |
| 기존 | 4000만 엔 이상∼1억 엔 미만 | ||
| 낮은 가격대 | 신축 | 5000만 엔 미만 | -가장 수요가 많은 가격대-환금성 있음 |
| 기존 | 2000만 엔 이상∼4000만 엔 미만 | ||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