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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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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 진보적 풍토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 시가 때 아닌 ‘보혁 갈등’ 몸살을 앓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29일 시의회가 찬성 6, 반대 3으로 채택한 해병대 모병소 퇴거 요구 결의안.
이 결의안은 “해병대 모병소는 버클리에서 불청객이며 환영받지 못하는 침입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방당국이 이라크 등에서 부당한 전쟁을 수행하면서 젊은이들을 꾀어 전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반전 정서의 산물이다.
하지만 이 결의안은 거센 역풍을 맞았다.
시 지도부엔 2만5000통이 넘는 항의 편지가 쏟아졌다. 연방의회와 주의회의 공화당 의원들은 “미군이 부끄럽다면 미국의 세금을 쓰는 것도 싫을 것”이라며 버클리 시에 대한 학생 점심 급식비 보조 철회, 경찰 통신장비 지원 철회 등 재정지원 축소 검토에 들어갔다.
시 중심가에선 연일 수백 명의 항의 및 지지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선 “먼지가 자욱했던 ‘1960년대 반전 운동의 상징 버클리’의 명성을 이제야 되찾았다”는 반응과 “지나치다. 반전 운동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모병과 자원입대의 자유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 도시의 상징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로버트 버제노 총장은 연방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버클리대와 시의회의 결정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서로 독립적인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버클리대는 학생군사교육단(ROTC)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캠퍼스 내의 모병 활동을 언제나 환영하고 있다. 시의회의 결정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있는 젊은이와 가족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과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