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싱크탱크’ 뉴욕-파리 개설…“美-EU 인권침해 들춰낼 것”

  • 입력 2008년 1월 30일 03시 17분


서방 국가들로부터 ‘인권 침해국’ ‘민주주의 후진국’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러시아가 ‘싱크탱크’ 설립으로 반격에 나섰다.

모스크바 소재 싱크탱크 ‘민주주의와 협력 연구소(IDC)’의 아나톨리 쿠체레나 소장은 28일 “뉴욕과 파리에 사무실을 열고 유럽과 미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고 AP와 AFP통신이 보도했다.

파리 사무소장에 내정된 나탈리아 나로치니츠카야 씨는 “미국은 인구 대비 수감자가 많고 경찰력 남용도 심각하다, 태양에도 흑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들춰내는 것이 연구소의 주된 목적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IDC는 변호사이자 현역 의원인 쿠체레나 소장이 이끄는 ‘시민사회’ 등 15개 민간 연구기관이 지난해 11월 공동 설립한 싱크탱크다. 정부의 보조 없이 민간 기업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민간’ 연구소라는 것이 IDC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IDC를 순수한 민간 싱크탱크로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에 적대적인 서방 싱크탱크에 맞설 러시아 민간 싱크탱크가 필요하다. EU의 수도 브뤼셀 등에 사무실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 직후 IDC가 설립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 기금’ 모스크바 센터의 로즈 고트묄러 소장은 모스크바타임스에 “무력과 경제제재 등 ‘하드 파워’로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러시아가 ‘소프트 파워’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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