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압승… 黑風에 밀린 대세론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2분



‘2승 2패’ 오바마, 인종논란 의식 “미국은 하나”

더블 스코어 참패 힐러리 “슈퍼 화요일에 결판”


■ 민주당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경선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설 민주당 후보를 뽑기 위한 26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큰 표 차로 누르고 승리해 ‘오바마 열풍’에 다시 불을 지폈다.

오바마 후보는 흑인이 전체 민주당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 지역에서 55%를 득표해 27%를 얻은 힐러리 후보를 꺾고 완승했다. 이로써 오바마 후보와 힐러리 후보는 2승 2패 동률을 기록했다. 이곳 출신인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18%를 얻어 3위에 그쳤다.

○ 과거 vs 미래

이날 오후 9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컬럼비아의 메트로폴리탄 컨벤션센터.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압승한 오바마 후보가 연단에 오르자 행사장을 가득 메운 지지자 2000여 명은 일제히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를 연호했다.

미국 남부지역 첫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오바마 후보의 몸짓에선 자신감이 넘쳐 났다. 그는 “이번 선거는 과거를 대변하는 세력과 미래를 지향하는 세력 간의 대결”이라고 규정한 뒤 “우리는 변화에 굶주려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나아가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business as usual) 현상 유지에 만족하는 ‘워싱턴 인사이더들’의 기존 정치를 깨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후보는 선거전을 달궜던 인종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난 1주일간 선거운동을 하면서 내가 목도한 것은 ‘백인의 사우스캐롤라이나’도, ‘흑인의 사우스캐롤라이나’도 아니었다. 우리는 하나 된 미국을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캠프의 전략통인 데이비드 액설로드(52) 씨는 기자에게 “특히 고무적인 것은 오바마 후보의 등장으로 젊은 층과 무당파가 대거 민주당 지지를 선언하며 투표장으로 향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1주일 전에 열린 공화당 경선에는 44만2918명이 투표에 참가했지만 이날 민주당 경선에는 53만2227명이 투표장으로 향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민주당은 1976년 이후 32년 동안 단 한 번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이긴 적이 없었다.

○ 힐러리, 뉴욕-뉴저지 등서 우세

비록 ‘예견된 패배’이긴 하지만 더블 스코어의 참패를 당한 힐러리 후보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투표가 끝나자마자 테네시 주 내슈빌로 직행했다.

다음 달 5일의 ‘슈퍼 화요일’ 예비경선이 열리는 22개 주 중 하나인 이곳을 일찌감치 공략하며 ‘결전’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힐러리 후보는 “이제 전국적인 관심은 테네시를 포함해 2월 5일 투표를 하는 22개 주로 쏠리고 있다”며 아예 화두를 ‘슈퍼 화요일’로 돌렸다.

힐러리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매사추세츠 등 대의원 수가 많은 지역에서 오바마 후보를 앞서고 있다.

그동안 ‘오바마 저격수’를 자처하며 네거티브 선거전을 벌여 논란을 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내슈빌에는 동행하지 않았다.

힐러리 후보는 지난주 내내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머무르며 혼신의 힘을 다했던 오바마 후보와 달리 표가 많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저지 등에서 유세를 해 한눈판다는 인상을 줬다.

그는 경선 이틀 전인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돌아와 컬럼비아, 록힐, 찰스턴 등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토라진 표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 케네디(51) 씨는 27일 ‘내 아버지 같은 대통령’이라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내 아버지가 국민에게 불어넣어 줬던 그런 희망과 영감을 다시 느껴 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로부터 큰 감동을 받았다”면서 “이것이 내가 오바마를 지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컬럼비아(사우스캐롤라이나 주)=하태원 특파원triplet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