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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2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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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경제국 힘입어 ‘당당한 외교’로 선회
후진타오(胡錦濤·사진) 국가주석의 집권 2기(2007년 말∼2012년 말)를 맞아 중국의 외교 자세가 크게 바뀌고 있다.
하고픈 말이 있어도 맘속으로 삭이던 도광양회(韜光養晦)의 과거 모습과 달리 이제는 필요한 조치는 취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의 외교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후 주석 집권 1기(2002년 말∼2007년 말) 초기 외교 캐치프레이즈를 화평굴기(和平굴起)로 내세웠다가 “호랑이도 아닌데 호랑이 발톱만 먼저 보여 다른 나라의 의구심만 산다”는 내부 비판에 밀려 화평발전(和平發展)으로 바꿨던 때와는 딴판이다.
○ 중국의 달라진 외교 모습
후 주석은 또 이란 핵 문제에 관한 한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며 미국과 다른 중국의 관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 대만 문제에 협력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만 답했을 뿐 구체적인 약속은 하지 않았다. 최근 경색된 양국의 긴장 관계를 풀기 위한 전화였지만 이견이 더 많이 노출된 통화였다.
후 주석은 지난달 20일 미국 항공모함 키티호크의 홍콩 입항을 거부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에 앞서 중국은 순양함 뢰벤제임스와 기뢰제거함 가디언의 홍콩 입항도 잇달아 거부했다.
중국은 또 독일이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자 이달 초로 예정됐던 페어 슈타인브뤼크 재무장관의 방중 초청을 철회하는 등 독일과의 잇따른 회담 일정을 대부분 취소했다.
분명한 경고와 거부, 즉각적인 보복 조치 등 중국이 최근 보여 준 일련의 외교적 조치는 예전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특히 상대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과 세계 3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독일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자세 변화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1999년 5월 미 공군기가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을 폭격했을 때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은 ‘실수로 인한 오폭’이라는 미국 측 해명을 수용하고 보복 조치 없이 사건을 마무리한 바 있다.
중국인들은 분노했지만 경제발전을 위해 미국 시장을 놓칠 수 없는 중국 정부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 국력 신장이 변화 배경
이 같은 변화는 무엇보다도 최근 중국의 국력이 크게 신장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개혁개방을 시작한 1978년 3645억 위안에서 지난해 21조871억 위안으로 58배나 늘었다. 올해는 23조4280억 위안(약 3조1000억 달러)으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후 주석은 올해 10월 열린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신시기의 외교정책’을 선언했다.
그는 “현재 중국과 세계 사이엔 역사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며 “중국은 국제질서가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국제 문제에 적극 참여해 국제 의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는 최근 분석보고서에서 “후 주석의 ‘신시기 외교정책’이란 중국이 앞으로 국제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이라며 “특히 다극주의와 반(反)패권주의를 앞세워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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