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1년만에 중도 좌파정권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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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압승… 하워드 총리는 지역구 패배 수모

이라크 철군 시사… 親美외교정책 급선회 조짐

24일 실시된 호주 총선에서 야당인 노동당이 압승해 11년 넘게 유지돼 온 보수파 정권이 막을 내리고 중도 좌파 정권의 시대가 열렸다.

호주 선거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78% 진행된 25일 오후 현재 노동당은 전체 유효 득표수의 53.3%를 얻어 하원 150석 중 최소 83석을 확보했다. 존 하워드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당과 국민당 연합은 46.7%의 득표로 58석을 얻는 데 그쳤다.

1996년 취임한 하워드 총리는 11년 8개월 동안 총리직을 수행해 호주 사상 두 번째 장기집권 기록을 세웠다. 그동안 지속적인 경제발전 공적을 내세우며 퇴진 압력에 조기총선 카드로 맞대응해 왔지만 그의 정책 스타일에 피로감을 느낀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실패했다.

하워드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33년간 지켜 온 자신의 지역구 베넬롱에서도 하원 의석을 빼앗겼다. 현직 총리가 집권당의 총선 패배와 함께 자신의 지역구에서 낙선하는 굴욕은 78년 만에 처음이라고 AP, AFP통신은 보도했다.

케빈 러드 신임 총리 예정자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이라크 주둔 호주군의 철수 등을 공언하며 하워드 총리와 대립각을 세워 왔다.

가뭄과 물 부족에 시달리는 호주에서는 환경문제가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 이슈다. 러드 총리 예정자는 노동당의 승리가 굳어진 직후 “다음 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총회에 참석하겠다”고 다짐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를 최대한 빨리 비준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호주의 보수파 정권이 취해 온 친미 외교정책도 급선회할 조짐을 보인다. 호주가 교토의정서를 비준할 경우 이를 거부하는 주요 국가 중 미국만 외톨이로 남게 된다. 2008년 중순까지 550명의 이라크 파병 호주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목표도 미국의 대테러 전쟁을 지지해 온 하워드 총리의 정책과 거리가 있다.

반면 아시아와의 관계는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통인 러드 총리 예정자는 아시아의 주요국 지도자들과 남다른 친분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호주의 정치분석가 존 하트 씨는 “서구와의 교류에 치중한 하워드 총리와 달리 러드 총리 예정자는 아시아 지역에 대해 더욱 진취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이는 아시아와 호주의 관계를 증진시키는 강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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