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절도 없던 빈농의 아들이 총리됐다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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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된 외모로 ‘해리포터’ 별명… 중국어 유창한 친중파

■ 러드 노동당 대표는 누구

“집이 없어 차 안에서 새우잠을 자던 가난한 농가 소년이 국가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는 본인도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25일 호주의 새 총리에 오르게 된 케빈 러드(50) 노동당 대표를 AFP통신은 이같이 소개했다.

호주 퀸즐랜드 주 시골마을 넘버에서 빈농의 넷째 자녀로 태어난 러드 대표는 11세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가족과 함께 농장에서 쫓겨나 자동차에서 생활하며 힘겨운 성장기를 보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통해 사회정의에 눈뜨게 된 그는 15세라는 어린 나이에 노동당에 입당했고 1998년 연방의회 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노동당 대표로 선출되며 스타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나이보다 앳된 외모 덕에 ‘해리 포터’란 별명도 갖고 있다.

언론의 평가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세세한 것까지 직접 챙기는 업무 스타일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1981년부터 1988년까지 호주 외교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한 그는 ‘중국통’으로도 이름이 높다. 호주 최고 명문인 호주국립대에서 중국어와 중국 역사를 전공했고 1980년대 중후반엔 주중 호주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일했다. 중국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대학 때 루커원(陸克文)이라는 중국어 이름을 스스로 지어 불렀을 정도.

올해 9월 6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시드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차 호주를 방문했을 때는 환영 연회에서 후 주석과 유창한 중국어로 대화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의 자녀들도 중국통이다. 2남 1녀 중 변호사로 활동하는 장녀 제시카(23) 씨는 올해 5월 홍콩 출신 화교 은행가 앨버트 체(謝若谷) 씨와 결혼했다. 장남 니컬러스(21) 씨는 상하이(上海)의 푸단(復旦)대에서 공부했다. 고등학생인 막내 마커스(14) 군도 중국어를 익히고 있다.

그는 1981년 호주 기독학생운동 모임에서 만난 대학 동문 터리즈 레인 씨와 결혼했다. 처녀시절 성을 고수하는 레인 씨는 취업알선업체 ‘인제우스’를 1989년 창업한 뒤 연간 매출 1억7500만 달러(2005년)의 국제적 기업으로 키워 낸 실력 있는 사업가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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