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클래런스 페이지]체니와 오바마는 친척 사이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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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부인 린 여사는 최근 내셔널프레스클럽 오찬에서 남편인 체니 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을 퍼붓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을 겨냥해 농담 섞인 쓴소리를 했다.

“오바마 의원에게 ‘가족끼리 이렇게 공격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백인인 체니 부통령과 흑인인 오바마 의원이 친척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최근 린 여사는 책을 쓰기 위해 가족사를 연구하다가 두 사람이 먼 친척 관계임을 알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두 사람이 17세기 프랑스 이민자인 매린과 수산나 듀발 부부의 자손이라고 지적했다.

린 여사는 “한 조상에서 태어난 두 명의 자손이 이토록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라며 “미국 역사는 놀랍다”고 말했다.

지난달 시카고선타임스는 오바마 의원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도 먼 친척이라고 보도했다. 17세기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살았던 새뮤얼과 세라 힝클리 부부의 자손이라는 것.

이 같은 사실은 미국인들의 가계가 얼마나 다양한 인종과 민족의 혼합인지를 잘 보여 준다.

또 다른 놀라운 사례도 있다. 올해 초 뉴욕데일리뉴스는 흑인 인권운동가 앨 샤프턴 목사의 조상이 인종차별주의자였던 고(故)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 친척 소유의 노예였음을 밝힌 바 있다.

서먼드 의원은 공식 활동과 달리 사랑에서만큼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의 혼혈 사생아 딸인 에식 맥 워싱턴윌리엄스(78) 씨의 어머니는 서먼드 의원의 부모 집에서 일한 가정부였다.

현대과학은 미국인들이 스스로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 주었다.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누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직계 후손인지도 알게 됐다.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의 흑인 후예들이 200여 년이 지나서야 자신들의 진짜 조상을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DNA 검사는 웨인 조지프 씨처럼 자신의 근본을 뒤흔드는 황당한 일도 겪게 한다.

캘리포니아의 한 고등학교 교장이었던 조지프 씨는 뿌리에 대한 호기심에서 몇 년 전 DNA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놀라왔다. 자신의 몸속에는 인도-유럽계(57%), 아메리칸인디언계(39%), 동아시아계(4%)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 50년 동안 자신이 아프리카계 흑인이라고 믿어 왔던 그에게는 충격이었다.

그는 이제 와서 갑자기 흑인임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몸에 아프리카의 피가 흐르지 않을지는 몰라도 자신의 정체성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야기들은 미국인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질문을 제기한다. 문화는 우리의 피부색보다는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와 더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다(多)문화주의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상실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문화 교육이 미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역사 교육과 결합되고 균형 있게만 이뤄진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의 건국은 불완전한 것이어서 노예제도와 같은 야만을 허용했다. 하지만 미국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예전엔 여성이나 흑인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러한 꿈을 꿀 수 있다. 게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클래런스 페이지 시카고트리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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