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개발 ‘센서웨어’는 민주주의의 적?

  • 입력 2007년 10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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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개발된 인터넷 검열 소프트웨어 ‘센서웨어(censorware)’가 세계 민주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은 각국이 민주주의 확대 정책에 동참할 것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국 기업들이 독재 정권에 ‘센서웨어’를 수출하는 것은 막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반민주적 독재 정권들이 센서웨어를 활용해 인터넷상의 민주주의를 제재한다고 10일 보도했다. 센서웨어는 특정 웹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고 감시하는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로 생산된다.

센서웨어는 원래 포르노 사이트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홈페이지 등 유해 사이트 접속을 막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독재 정권은 이 같은 필터링 기능을 이용해 정치적, 종교적 성격을 띤 웹 사이트 접속을 검열하며 반정부 세력의 정보 교환을 봉쇄하고 있다.

이 신문은 미얀마 누리꾼들이 최근 인터넷에 반정부 시위 동영상을 게재한 것은 사실상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는 모험이라고 소개했다. 미얀마 군부는 미국 업체 포티넷이 개발한 센서웨어로 인터넷 감시망을 가동하고 있다.

인터넷 검열 연구기관 오픈넷이니셔티브(ONI)에 따르면 조사 대상 40개국 가운데 한국 싱가포르 등 24개국 정부가 정치 종교 안보 등과 관련해 인터넷을 검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NI는 미얀마 이란 튀니지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정부 차원에서 미국산 센서웨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재 정권을 포함한 외국 정부에 센서웨어를 수출하는 미국 기업은 4개 업체가 넘는다.

신문은 이를 두고 윤리적 논란이 있지만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미얀마에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지만, 아직 미얀마 제품의 수입만 금지하고 미국 제품의 수출은 가능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포티넷 등 센서웨어 개발업체들은 기업 이미지를 위해 수출 사실을 은폐하거나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신문은 2004년 미얀마 총리와 포티넷 영업이사가 주요 행사에 함께 참석한 내용을 보도한 미얀마 국영신문 기사 등을 근거로 ‘물밑 작업’의 가능성을 지적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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