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자위대 파병” 제안 파문

  • 입력 2007년 10월 9일 03시 04분


해상자위대가 인도양에서 급유를 계속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된 ‘테러대책 특별조치법’을 둘러싼 일본 정치권의 논란이 헌법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사진) 민주당 대표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수를 획득한 뒤 이 법안을 참의원에서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퇴임하는 직접적 사유를 제공했다.

이런 그가 5일 당 기관지와 9일 발매 예정인 월간지 ‘세카이(世界)’에 실은 글에서 “인도양에서의 급유는 ‘헌법 위반’이며 그 대신 유엔이 승인한 활동인 아프가니스탄 지상군(국제치안유지군·ISAF)에 자위대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ISAF는 2001년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37개국 3만5000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오자와 대표의 ‘파병론’은 9일 시작될 일본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정부가 골자를 내놓은 신법과 함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 ‘위헌’이라며 비판=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방위상은 7일 TV아사히에 출연해 오자와 대표의 파병 제안에 대해 “헌법이 금지한 무력 행사를 하자는 말이냐”며 “자위대가 참가한다면 무기사용 권한을 명확히 해 달라. 자위관의 생명을 경시하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외상도 이날 후지TV 방송에서 “유엔 결의가 있으면 무력 행사도 좋고 유엔 결의가 없으면 후방 지원도 안 된다는 사고방식은 정부가 일관되게 지켜 온 헌법 해석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유엔군이나 다국적군 참가에 대해 “목적이나 임무에 무력 행사를 동반한다면 자위대 참가는 헌법상 허가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여 왔다.

반면 간 나오토(菅直人) 민주당 대표대행은 이날 후지TV 방송에서 “ISAF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무력공격 임무 말고도 인도적 지원도 있다”며 오자와 대표를 옹호했다.

정부의 방위상과 외상이 전통적 호헌론을 강조하고 야당인 민주당 간부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파병을 주장하는 묘한 양상이다.

▽대화 촉구하는 여당, 원칙론 고수 야당=테러대책특별조치법과 관련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를 비롯한 정부 여당은 저자세로 일관하며 야당과의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2일에는 ‘신법’ 골자안을 마련해 민주당에 제출했으나 오자와 대표는 검토를 거부했다.

일본 정부 여당은 아베 정권에서 적극 추진돼 온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신설을 보류하면서까지 민주당과의 대화에 적극적이다.

일본 언론은 오자와 대표에 대해 ‘대안 없는 원칙론’이자 ‘유엔지상주의’라며 비판했다.

유엔 승인 아래 자위대를 파병하자는 것은 오자와 대표의 오랜 지론이다. 그는 1991년 걸프전 때 일본이 무려 130억 달러나 전비를 부담했으면서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비판만 받은 것을 뼈아프게 기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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