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샤라프 ‘재선 길’ 한 고비 넘으니 또…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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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토와 권력분점 합의 오늘 대선 승리 유력… 大法 “후보자격 판결때까지 결과 발표 연기”

페르베즈 무샤라프(사진) 파키스탄 대통령의 재선을 향한 꿈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AP, AFP통신 등은 5일 무샤라프 대통령이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와 권력 분점에 합의함으로써 6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서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출마 자격 유무를 판결할 것이라고 밝혀 당선이 무효화될 수도 있다.

▽권력 분점 최종 합의=무샤라프 대통령은 5일 부토 전 총리를 포함해 1985∼1999년 부패 혐의를 받은 모든 정치인을 사면하는 내용의 ‘화해 합의’에 서명했다. 대선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된 것이다.

양측의 권력 분점 협상은 줄곧 난항을 겪어 왔다. 영국에 망명 중인 부토 전 총리는 한때 “협상이 완전히 교착 상태에 빠졌다”며 그가 이끄는 파키스탄인민당(PPP)의 대선 불참 의사를 밝혀 한때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감을 느낀 무샤라프 대통령이 부토 전 총리 등의 부패 혐의 사면에 동의하면서 협상은 겨우 해결점을 찾을 수 있었다. 부토 전 총리는 다음 총선에 참여하기 위해 18일 귀국할 예정이다.

▽선거는 치르되 발표는 보류=대선은 6일 상하원과 주 의회 의원들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로 실시된다. 마크둠 아민 파힘 PPP 부총재 등이 후보로 나섰지만 권력 분점 합의로 무샤라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자베드 이크발 대법관은 5일 무샤라프 대통령의 출마가 불법이라며 야당 후보들이 제출한 헌법소원 심리에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선거 결과를 발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는 그대로 진행하되 6일 오후 5시로 예정된 당선자 발표는 보류해야 한다.

대법원의 다음 심리는 17일 열린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려면 최소 11일은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더욱이 대법원 판결이 무샤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15일 이후로 늦어질 경우 대통령 부재 상태의 권력 공백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다만 무샤라프 대통령 측은 대법원이 이미 지난달 같은 내용의 헌법소원을 기각한 바 있는 만큼 “판결에서 승리할 것”이라며 낙관하는 분위기다.

▽재선돼도 정통성 논란=야당은 참모총장을 겸직하고 있는 무샤라프 대통령은 출마 자격이 없으며 11월 총선을 치러 새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다시 당선되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해 군 참모총장 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히는 등 논란을 잠재우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32개 야당 연합체인 전(全)파키스탄민주운동(APDM) 소속 의원 160명은 대선을 보이콧하기로 했다.

파키스탄 선거법에 따르면 공직에 재직 중이거나 퇴임한 지 2년이 넘지 않은 사람은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다. 군 참모총장을 겸직하고 있는 무샤라프 대통령은 선관위가 예외 조항을 만들도록 하는 편법을 동원해 후보 자격을 얻었다.

부토 전 총리와의 권력 분점 합의에 대해서도 ‘야합’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어 정통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AFP통신은 이번 대선을 계기로 현 정권에 반대하는 무장 세력의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파키스탄 정국과 향후 일정▼

△9월 10일=나와즈 샤리프 전 파키스탄 총리 귀국 직후 다시 추방

△9월 28일=대법원, 무샤라프 대통령의 출마 자격에 대한 헌법소원 기각

△10월 3일=부토, 대선 보이콧 의사 표명

△10월 4일=무샤라프, 부토의 부패 혐의 사면

△10월 5일=무샤라프와 부토, 권력 분점에 합의. 대법원 “대선 결과 헌법소원 판결 이후 공표 가능”

△10월 6일=대통령선거

△10월 17일=대법원, 무샤라프 대선 출마 자격 헌법소원 심리

△10월 18일=부토 전 총리, 귀국 및 정계복귀

△11월 15일=무샤라프 대통령 임기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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