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모리, 칠레서 쫓겨나 페루법정 선다

  • 입력 2007년 9월 23일 03시 01분


인권 유린과 부정부패 혐의를 안고 권좌에서 쫓겨나 7년 동안 망명생활을 해 온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결국 페루 법정에 서게 됐다.

칠레 대법원은 “페루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페루로 강제송환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발표했다.

대법원은 25명이 희생된 두 차례의 학살사건과 공금 유용, 불법 도청 등 페루 검찰이 제시한 7건의 범죄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현지 언론은 그의 신병 인도를 위해 페루 경찰이 이미 칠레에 입국했으며 주말 중에 송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계 2세로 1990년 대통령에 올라 두 차례 연임하며 승승장구하던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2000년 11월 권좌에서 물러났다. 일본에서 머물다 정치적 재기를 노리며 2005년 11월 칠레로 들어왔으나 가택 연금됐다. 올 7월에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 국민신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낙선하기도 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강제송환 소식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성명에서 “페루 당국은 후지모리 정권하에 저질러진 모든 인권 침해를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송환으로 페루 내 정치적 갈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인 게이코 후지모리 의원이 최다 득표로 당선될 정도로 그의 인기가 아직 높기 때문.

후지모리 전 대통령도 21일 칠레 TV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지지하는 사람이 아직 많다”며 “2011년 대선에서는 또 한 명의 후지모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딸의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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