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무슬림 2세 “종교 포기 자유 달라”

  • 입력 2007년 9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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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이후 유럽에서 이슬람 공포가 높아져 온 가운데 ‘이슬람교를 포기할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1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선 유럽 각국의 ‘엑스 무슬림(Ex-Muslims·이슬람을 버린 사람들) 위원회’ 대표 모임이 열렸다. 네덜란드의 ‘엑스 무슬림’도 이날 발족식을 열었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에서는 이미 이 같은 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올해 들어서만 독일과 영국에 이어 네덜란드에서도 엑스 무슬림 위원회가 발족돼 ‘이슬람 포기 움직임’이 커지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슬람교 집안에서 태어나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슬람교도가 된 이들은 “종교를 포기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고 외치고 있다. 이슬람교로 개종해 테러에까지 동참하는 유럽인이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이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

이날 헤이그에 모인 각국 위원회 대표들은 ‘유럽 관용 선언’을 발표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무슬림 출신 젊은이들이 위험한 투쟁을 시작했다”고 이 선언을 평가했다.

이들의 주장은 비교적 단순하다. 네덜란드 위원회를 만든 노동당 소속 시의원 에흐산 자미(22) 씨는 “이슬람 커뮤니티에서 태어나면 선택의 권리도 없이 무조건 무슬림이 되는 현실을 타개하려 한다”고 밝혔다.

자미 씨는 2001년 뉴욕 9·11테러 직후 이슬람 급진파에 실망해 이슬람교를 포기했다. 그는 테러 6주년 기념일인 이날 위원회 발족식을 연 것도 “테러라는 이슬람의 비관용적인 처사를 비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각국의 위원회에 가입한 사람은 모두 합해 아직 1000명이 안 된다. 독일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지 의사를 밝혀 왔지만 해를 입을까 두려워 가입은 하지 않은 사람이 수백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코란의 특정 구절에 따라 “배교(背敎)자는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위협 때문이다.

자미 씨도 캠페인을 시작한 뒤 위험한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다. 지난달 초엔 쇼핑센터에서 젊은이 3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고 이전에는 칼을 들이댄 젊은이들에게 목숨을 위협당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네덜란드의 유명 정치인, 작가, 언론인들이 자미 씨 지지 선언에 서명하면서 자미 씨의 사례와 ‘종교 포기의 자유’는 전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됐다. 작가 주스트 즈와거만 씨는 DPA통신에 “종교의 자유에는 종교를 포기할 자유도 마땅히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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