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킹’ CEO 위에 헤지펀드 매니저

  • 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美상위 20명 작년 6180억원… 대기업 CEO의 18배

구조조정-사업청산 통해 수익올려 ‘곱지않은 시선’

미국의 사모·헤지펀드 매니저 가운데 최고 소득자 20명의 지난해 평균 연수입이 무려 6억5750만 달러(618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연소득이 1조 원을 넘는 사모·헤지펀드 매니저도 4명에 이르렀다.

이는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고소득 상위 20명의 평균 소득인 3640만 달러(342억 원)보다도 18배가량이나 많은 액수다.

비영리기구인 미 정책연구소(IPS)와 공정경제연합(UFE)이 29일 발표한 보고서 ‘지나친 경영자 2007(Executive Excess 2007)’에 따르면 포천지 선정 미 500대 기업 CEO의 지난해 평균 연소득은 1080만 달러(101억 원)였다.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 연소득 2만9544달러에 비해 364배나 많다. 근로자가 1년 365일 일해서 버는 만큼의 수입을 하루에 올리는 셈.

그렇지만 이들 대기업 CEO의 연봉은 사모·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수입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지난해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기업 인수합병 열풍과 증시 활황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이들 중 고소득자 20명의 지난해 평균 연수입은 618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일반 미국 노동자 평균 소득의 2만2255배에 이른다.

소수 부호의 돈을 받아서 고난도기법을 사용해 투자하는 헤지펀드나 대형 금융기관의 자회사나 독립 회사로 존재하며 기업 인수 후 가치를 높인 뒤 되파는 사모펀드가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내는지 보여 준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기업 인수합병은 1000여 건 발생했고 거래 규모는 5000억∼7000억 달러(470조∼650조 원)로 추산된다. 이들 사모·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대체로 자신이 운용하는 자산의 2%를 연간 수수료로 떼고 이익의 20%를 가져간다.

고소득 20명 가운데 2명은 1980년대부터 ‘기업사냥꾼’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반면 12억 달러(1조1280억 원)를 벌어 고소득 3위에 오른 시타들 투자그룹의 케네스 그리핀(39) 씨 같은 경우 하버드대 기숙사 시절 펀드 운용을 시작해 34세 때 이미 미국 400대 부자 반열에 오른 신흥 억만장자다.

IPS는 이들이 올리는 고수입의 이면에 일반 노동자의 대규모 해고와 노동 조건 악화가 동전의 양면처럼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단기간 고수익 창출을 위해 급격한 구조조정과 사업부 청산을 주저하지 않으며 높은 리스크로 인해 이들 펀드에 투자된 연금이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