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死의 갈림길… 그는 마지막으로 탈출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8월 23일 03시 02분



유젠궈 기장(가운데)이 21일 대만으로 무사히 돌아와 승무원들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 출처 대만 핑궈일보 웹 사이트
유젠궈 기장(가운데)이 21일 대만으로 무사히 돌아와 승무원들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 출처 대만 핑궈일보 웹 사이트
화재 대만機 기장, 승객 전원대피 확인후

기체 폭발 수초전 조종석 창문서 뛰어내려

20일 화재가 난 대만 여객기의 조종사가 승객들을 모두 무사히 대피시키고 자신은 맨 마지막에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국적 중화항공 소속 보잉 737-800기는 20일 대만 타이베이를 출발해 일본 오키나와 현 나하 공항에 착륙한 후 갑자기 불길에 휩싸였다.

화재로 여객기가 모두 불에 탔지만 사고기에 타고 있던 승객 157명과 승무원 8명 등 165명은 전원 무사히 대피해 인명 피해가 없었다.

중화항공의 존슨 선 대변인은 21일 “사고 비행기 조종사 유젠궈(猶建國·48) 씨가 모든 승객이 탈출한 다음 맨 마지막에 2층 높이의 조종석 창문을 통해 뛰어내렸다”고 밝혔다.

유 조종사는 “조종석 담당 여승무원이 안전하게 지상에 내리는 것을 본 다음 쩡다웨이(曾大爲·26) 부기장에게 조종석을 떠나라고 했으며 모두 대피한 것을 보고 서둘러 비행기에서 빠져나왔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사고 장면을 촬영한 일본 NHK 화면에도 사고기가 폭발하기 불과 몇 초 전 조종사가 조종석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포착돼 그의 말을 뒷받침했다.

공항 관계자가 왼쪽 날개 아래 부분에서 시작된 화재 사실을 발견하고 사고기 기장에게 알렸으며 승무원들의 침착한 안내로 승객이 탈출하는 데는 3분이 걸렸다고 항공사 측은 밝혔다.

‘사고기 기장’이었던 유 기장은 21일 대만으로 돌아온 뒤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유 기장은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 시절 총통 전용기인 ‘공군 1호’기의 부기장을 지내는 등 20년간 대만 공군 조종사로 활약했으며 2001년부터 민항기를 조종해 왔다. 그는 총운항시간 7874시간의 베테랑이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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