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아프가니스탄 키사우 지역에 파견됐던 전주 예수병원 최미정(29·여), 정은진(26·여) 간호사가 13일 급히 귀국했다.
이들은 당초 올해 말까지 현지에 머물며 이 지역 여성들의 분만과 산모의 산후 관리 등을 도와주고 여성 건강 교육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탈레반이 한국인 봉사단원들을 납치하고, 정부가 아프간을 여행 금지국으로 정하면서 당초 예정보다 4개월가량 일찍 돌아와야 했다.
TV가 전혀 없고 라디오 듣는 사람도 많지 않아 이 지역 주민들 대부분은 한국인 봉사단의 피랍 사실을 모르는 상태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 간호사도 카불에 있는 비정부기구(NGO)와 무선으로 연락하다 한국인 피랍 소식을 들었다.
최 간호사는 “탈레반에 한국인이 납치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놀랐지만 우리가 머물던 지역 사람들은 매우 우호적이어서 봉사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같은 병원에서 일하던 현지인들이 우리에게 ‘미안하고 같은 아프간 사람으로서 할 말이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가까운 이웃에 살던 현지인에게도 작별 인사를 제대로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치안이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이동하는 경로가 노출되면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봉사 활동을 한 키사우 지역은 탈레반 거점인 가즈니 주(州)와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으며 수도 카불 동남쪽 산악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귀국하기 위해 카불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도 2박 3일이 걸렸다.
최 간호사 등이 머물던 지역은 수질이 나쁘고,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수인성 질병을 앓는 사람이 특히 많았다. 하지만 주변에 의료기관이라고는 한국 의사와 봉사단체에서 설립해 완공 단계에 있는 키사우 병원 한 곳뿐이었다.
이 때문에 완공되지도 않은 병원에서 한국인 의사 1명, 간호사 2명이 하루 100여 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전주 예수병원은 2005년부터 이 지역에 의사와 간호사를 파견하고 있다.
이슬람 지역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남자 의사가 임산부를 진료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들처럼 출산을 돕는 여성 의료진의 도움이 절실하다. 최 간호사는 이런 상황 때문에 아프간에 가서 처음 자기 손으로 아기를 받아 봤다.
최 간호사는 “납치된 한국인들이 하루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면서 “여행 금지 규제가 풀리면 몇 년 뒤라도 다시 아프간으로 돌아가 의료진의 손길을 기다리는 현지인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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