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주민들 매우 우호적 피랍 미안하다는 말 자주해”

  • 입력 2007년 8월 1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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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환자를 돌보려면 여성 의료진이 꼭 필요한데…. 신생아 사망률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그곳에 산모와 신생아들을 두고 오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4월 아프가니스탄 키사우 지역에 파견됐던 전주 예수병원 최미정(29·여), 정은진(26·여) 간호사가 13일 급히 귀국했다.

이들은 당초 올해 말까지 현지에 머물며 이 지역 여성들의 분만과 산모의 산후 관리 등을 도와주고 여성 건강 교육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탈레반이 한국인 봉사단원들을 납치하고, 정부가 아프간을 여행 금지국으로 정하면서 당초 예정보다 4개월가량 일찍 돌아와야 했다.

TV가 전혀 없고 라디오 듣는 사람도 많지 않아 이 지역 주민들 대부분은 한국인 봉사단의 피랍 사실을 모르는 상태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 간호사도 카불에 있는 비정부기구(NGO)와 무선으로 연락하다 한국인 피랍 소식을 들었다.

최 간호사는 “탈레반에 한국인이 납치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놀랐지만 우리가 머물던 지역 사람들은 매우 우호적이어서 봉사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같은 병원에서 일하던 현지인들이 우리에게 ‘미안하고 같은 아프간 사람으로서 할 말이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가까운 이웃에 살던 현지인에게도 작별 인사를 제대로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치안이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이동하는 경로가 노출되면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봉사 활동을 한 키사우 지역은 탈레반 거점인 가즈니 주(州)와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으며 수도 카불 동남쪽 산악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귀국하기 위해 카불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도 2박 3일이 걸렸다.

최 간호사 등이 머물던 지역은 수질이 나쁘고,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수인성 질병을 앓는 사람이 특히 많았다. 하지만 주변에 의료기관이라고는 한국 의사와 봉사단체에서 설립해 완공 단계에 있는 키사우 병원 한 곳뿐이었다.

이 때문에 완공되지도 않은 병원에서 한국인 의사 1명, 간호사 2명이 하루 100여 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전주 예수병원은 2005년부터 이 지역에 의사와 간호사를 파견하고 있다.

이슬람 지역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남자 의사가 임산부를 진료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들처럼 출산을 돕는 여성 의료진의 도움이 절실하다. 최 간호사는 이런 상황 때문에 아프간에 가서 처음 자기 손으로 아기를 받아 봤다.

최 간호사는 “납치된 한국인들이 하루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면서 “여행 금지 규제가 풀리면 몇 년 뒤라도 다시 아프간으로 돌아가 의료진의 손길을 기다리는 현지인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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