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 “아베 끌어내릴 기운조차 없다”

  • 입력 2007년 7월 3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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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 역사적 참패’.

30일 일본 조간신문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은 한결같았다.

전날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60석을 차지한 반면 집권 자민당이 얻은 의석은 불과 37석.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9석과 합쳐도 46석에 불과했다. 8월 임시국회를 통해 새로 출발할 참의원의 자민 대 민주 세력 분포는 선거전 110 대 81에서 83 대 109로 역전됐다.

자민당이 참의원에서 제1당 자리를 잃은 것은 1955년 당 결성 이후 처음이다.

▽‘포스트 아베’ 내세울 인물 없어=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책임론이 부상하는 가운데서도 “나의 ‘새로운 나라 만들기’는 막 시작됐다. 총리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자리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자민당과 공명당도 이날 아베 총리의 이 같은 의사를 지지하고 연립정권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는 “아베 총리를 끌어내릴 기운도, 인물도 없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아베 총리에게 그만두라고 말할 세력도, ‘포스트 아베’로 내세울 만한 인물도 없다는 분석이다.

▽향후 전망=자민당은 다음 주 의장 선임을 비롯한 참의원 원구성 문제를 다룰 임시국회를 열기 위해 야당과 조정에 들어갔다. 아베 총리는 다음 달 하순 이후 내각 개편과 당직 인사를 단행해 체제를 일신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은 참의원 제1당으로서 참의원 의장 등 주요 포스트를 점령하고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참의원에서 여당의 중요 법안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거나 총리문책결의안을 참의원 본회의에서 가결시킬 가능성도 있다.

일본 언론은 정국이 조기 중의원 해산, 총선 등으로 이어지면서 긴박한 상황 전개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전범 손녀 낙선, 납치문제 담당 보좌관 당선=선거에서는 화제 인물들의 당락이 엇갈렸다. 2차대전 당시의 A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의 손녀 유코(由布子) 씨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의 정당성을 주장했으나 낙선했다.

반면 아베 총리의 납치문제 담당 보좌관으로서 자민당 비례대표로 출마한 나카야마 교코(中山恭子) 후보는 참의원 입성에 성공했다.

일본계 이민 2세로 페루 대통령을 지낸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도 국민신당 비례대표로 등록했지만 낙선했다.

일본 참의원 선거 최종 결과
-정당당선자비교체의석합계
여당계자민37474658105
공명911
무소속11
야당계
민주60744963137
공산34
사민23
국민신당22
신당일본10
무소속·기타65
-121-121-242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日재계도 “개혁 차질 빚을라” 당혹▼

집권 자민당이 29일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데 대해 일본 경제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30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주요 경제단체 중 하나인 경제동우회의 사쿠라이 마사미쓰(櫻井正光) 대표간사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개혁 후퇴에 따라 다시 일본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역대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패배를 오히려 호재로 받아들였던 주가도 30일에는 오전 한때 4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계와 시장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선거 참패로 아베 신조 정권의 규제 완화와 작은 정부 개혁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선거 참패로 아베 총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데다 참의원의 주도권을 완전히 야당에 넘겨줬기 때문에 국민의 고통 분담을 수반하는 대형 개혁 작업은 전혀 추진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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